[로리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16일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대한항공의 책임을 전부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조노는 “대한항공(대표이사 조원태, 우기홍)이 2심 판결에 승복하고 하루빨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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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탑승 수속 과정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와 관련해 상사인 B씨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고 공식 절차에 따른 조사와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B씨를 면직 처리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2022년 7월 대한항공이 가해자 B씨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대한항공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10-2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8월 10일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항공은 A씨에게 1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에서 인정된 1500만원 보다 배상액을 300만원 늘렸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항소심은 1심에서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던 ‘가해자 징계 없이 사직 처리한 책임’까지 인정하며 손해배상 금액을 높여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특히 “이번 판결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법원은 휴가 중이었던 가해자의 성폭력에도 배경과 동기에 업무 연관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넘어 실효성 있는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한항공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대한항공이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회사 측이 어느 정도 일정한 방향으로 사고 수습책을 유도하려고 한 부분(가해자 징계 대신 사직 처리)이 인정된다’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며 “2심의 판결은 2021년 대한항공이 남녀고용평등법(고평법)에 따라 가해자를 징계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노동청의 판단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는 회사가 사직 처리를 유도했다고 해도 이를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한 징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된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성폭력 발생 시 회사는 가해자만 사직 처리해 버리고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 없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처럼 제대로 된 처리 절차 없이 가해자만 사라지게 하는 것은, 2차 피해로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고평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6년, 대한항공 직원으로 일하며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며 회사와 싸워온 시간”이라며 “대한항공이 노동자의 의사를 반영해 사건 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고통받지 않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당사자가 속해있던 대항항공직원연대지부와 공공운수노조는 2020년 11월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조원태 대표이사에 묻기 위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2021년 5월에는 가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퇴사 처리한 대한항공을 고평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대한항공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2022년 6월에는 1주일 만에 무려 2280여 명의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지원 연대 서명’을 받아 1심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이 2심 판결에 승복하고 하루빨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과 대응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직장 내 성폭력 사건 판례에서 사용자 책임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으며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 또한 늘고 있다”며 “기업과 사업주는 더 이상 형식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만으로 예방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뿐더러,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위배 되는 처리 절차로 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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