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음주운전을 의심해 자기 집 마당에 따라온 경찰관의 음주측정에 불응한 50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들이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것은 적법한 행위가 아니어서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1심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50대)는 2021년 12월 11일 새벽 3시경 경북 성주의 한 도로에서 자기 집 마당까지 약 3km 구간에서 승용차를 타고 운전한 후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데도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차
경찰차

운전하기 전 A씨는 주차한 차량의 운전석에서 시동을 켠 채 자고 있었는데, 잠결에 가속 페달을 자꾸 밟아 인근 주민이 신고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새벽 2시 39분께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했는데, 음주는 했으나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A씨에게 운전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떠났다.

이후 A씨는 새벽 3시경 차량을 운전해 귀가했는데, 앞서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인근을 순찰하던 중 운행하는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운행을 중단케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량을 추적했다.

A씨는 최초 운전을 시작한 곳에서부터 4km 떨어진 자신의 집에 도착해 마당에 차량을 주차했다. 이 차량을 추적하던 경찰관들은 A씨가 주차하자 주거지 마당에 들어와 A씨에게 3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는데, A씨가 모두 거절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22년 10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피고인을 상대로 음주측정을 요구하기 위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간 것은 현행범 체포 내지는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2조 내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7조에 근거한 것이지 이를 가리켜 주기집입죄로 평가할 여지는 없다”고 하면서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는 “경찰관들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와 음주측정을 요구해 경찰관들의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하고, 이를 통해 얻은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등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잘못을 범했다”며 항소했다.

대구지법(대구지방법원)
대구지법(대구지방법원)

대구지법 제3-1형사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8일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며 A씨의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강제수사로서 적법한지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당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주거지에 대한 수색영장 등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으므로, 음주측정요구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 예외사유에 의한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임의수사로서 적법한지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관이 임의수사의 방법으로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퇴거를 요구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경찰관이 피의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경우에 한해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 마당에 들어가면서 피고인에게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거나 언제든지 퇴거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줬음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은 주거지 마당까지 들어온 경찰관들에게 ‘너무 하다’는 취지로 항의하면서 ‘나도 방어를 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휴대폰으로 그 상황을 녹음하게까지 하는 등 경찰관들의 음주측정요구에 완강한 태도를 보이며 인적사항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음주측정요구가 임의수사로서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범죄의 예방ㆍ제지 내지 위험방지를 위한 주거지 출입으로서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경찰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들어올 당시, 피고인은 이미 자신의 주거지에 도착해 마당에 차량을 주차한 상태였으므로, 추가적인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고인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고인이나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성주군청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피고인 차량을 최초 발견했을 때 즉시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피고인이 4㎞나 운전해 주거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추적하는 조치만 취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행위를 범죄의 예방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행위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무죄로 판결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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