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동킥보드를 음주운전 했다는 이유로 그가 보유한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일 오후 10시쯤 대구의 한 도로에서 500m를 술을 마신 상태로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킥보드를 운전해 이동했다.

A씨는 당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경찰관에게 적발돼 음주 측정을 하게 됐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나왔다.

이에 경상북도 경찰청장은 2023년 3월 음주운전을 이유로 도로교통법에 따라 A씨의 운전면허(제1종 대형, 제1종 보통, 제2종 소형,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취소하고 통지했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기각했다.

A씨는 “전동킥보드가 음주운전으로 단속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 음주운전 거리가 짧은 점, 종별 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운전면허취소처분은 그로써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며, 차량을 이용한 영업 및 납품 업무가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행정단독 허이훈 판사는 지난 7월 19일 A씨가 경상북도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취소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허이훈 판사는 “원고는 1983년 원동기장치자건거 운전면허, 1984년 제1종 보통 운전면허 등을 취득한 이래 이 사건으로 단속되기 전에는 음주운전을 한 적이 없다”며 “원고의 음주운전 거리가 약 500m 정도로 비교적 짧고, 이 사건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해 인적ㆍ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허이훈 판사는 “원고는 2012년부터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면서 원고가 직접 차량을 이용해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운전면허가 생계유지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이훈 판사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km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으로서 크기와 속도, 무게 면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보다는 오히려 자전거와 유사하고, 사고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재물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허이훈 판사는 “자동차 운전면허의 취소ㆍ정지로 인한 직업 상실, 이와 연계된 면허취소 등 자동차 운전면허의 유무가 현대인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점,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음주운전한 경우 징역형의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개인형 이동장치를 음주운전한 경우 경미한 범죄로 취급해 위반행위에 대해 범칙금만 부과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동기장치자전거와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행위자가 가진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비해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판단했다.

허이훈 판사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운행방법 등에 관해 자전거와 같이 취급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게 하거나 난폭운전 금지규정 등의 적용을 배제하면서, 음주운전의 경우에만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해 다른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것은 다른 법 규정의 적용과 조화롭지 못하고,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행정작용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이훈 판사는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운전면허 취소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므로, 이 처분에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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