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민여동생’ 대중적 인기를 받아온 가수 겸 배우 수지(배수지)에 대해 뉴스기사 댓글에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는 피해자(수지)의 사생활을 들추어 피해자가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법원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월 포털사이트의 수지 관련 뉴스기사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라는 댓글을 게시하고, 그해 12월에는 “영화 폭망 퇴물 수지를 왜 B(다른 연예인)한테 붙임? 언플징하네”라는 댓글을 게시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언플은 언론플레이를 말한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기사 댓글에서 사용한 ‘거품’,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등의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연예인인 점, 인터넷 댓글이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건전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모욕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이규 부장판사)는 2017년 11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중요성, 인터넷 댓글이라는 매체의 특성, 해당 사안이나 관련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판단함에 있어 비연예인에 대한 표현과 언제나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언플이 만든 거품’은 피해자의 인기나 긍정적 기사가 언론플레이의 결과물로서 실체보다 과하다는 뜻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국민호텔녀’는 과거 피해자에 관한 열애설 내지 스캔들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어, 피고인은 이를 기초로 ‘국민여동생’이라는 연예업계의 홍보문구(마케팅 구호) 사용을 비꼰 것이고, ‘영화 폭망’은 피해자가 출연했던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사실을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해 모욕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퇴물’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전체 글에서 단 한 번 사용되어 비중이 크지 않고, 인기의 부침(浮寖)이나 전성기가 존재하는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상 ‘피해자의 전성기는 지났다’는 생각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게 검사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표현행위에 관하여도 비연예인에 대한 경우보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여부, 그리고 ‘국민호텔녀’가 모욕적 표현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22년 12월 배수지에 대한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성립한다”며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하면,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국민호텔녀’를 제외한 ‘거품’, ‘영화폭망’, ‘퇴물’ 등의 표현은 배수지가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홍보방식 및 출연한 영화의 실적 등 피해자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어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의 ‘국민호텔녀’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수지 공식 홈페이지
사진= 수지 공식 홈페이지

수지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끌어 ‘국민첫사랑’, ‘국민여동생’ 등의 수식어로 불리며 대중적 인기를 받아왔다.

그런데 2015년 3월 수지는 남자연예인과 데이트를 했다는 취지의 보도 직후 연인관계임을 인정한 바 있다.

A씨는 수지가 출연한 영화 개봉 기사에 “그냥 국민호텔녀”라는 댓글을 달았고,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언론에서 ‘국민여동생’으로 띄우는데 그 중 ‘국민’이라는 단어와 당시 해외에서 모 남성연예인과 호텔을 갔다고 하는 스캔들이 있어서 ‘호텔’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만든 단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은 ‘호텔녀’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앞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배치하고, ‘호텔’은 남자연예인과의 스캔들을 연상시키도록 사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표현의 사용 경위, 맥락과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국민호텔녀’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들추어 피해자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공소사실 중 ‘국민호텔녀’ 부분까지 전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을 조화롭게 해석해 양자 사이의 균형을 도모한 판결”

이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번 판결은, 대중적 공적 인물인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표현행위의 내용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의 성립을 제한하는데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하면서, 피고인이 한 구체적인 표현들 중 공적 활동영역에 관한 것과 사생활에 관한 것을 구분해 판단함으로써, 표현행위의 내용이 ‘해당 인물이 공적으로 활동하는 영역과 관련된 사안’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지극히 사생활에 속하는 사적 영역과 관련된 사안’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의 인정범위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기환송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은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국민호텔녀’라는 표현을 모욕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 대법원, 모욕죄 벌금 50만원 확정

이에 A씨가 불복해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7월 27일 배수지에게 ‘국민호텔녀’라는 댓글을 게재해 모욕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