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웹툰 등장인물이 공적인물인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고, 웹툰 내용이 공적인물의 사적 영역에 관한 것으로 표현행위가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경우에는 공적인물의 명예감정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전광훈 목사에 대해 “종교적ㆍ정치적 활동과 의사표시 등으로 인해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지속적으로 사회와 언론의 관심대상이 돼온 공적인물(공인)”이라고 봤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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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만화 작가 A씨는 2020년 6월부터 웹툰 틀랫폼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했다. 내용은 주인공이 조직폭력 생활을 청산하고 아파트 경비로 살아가다가 친구의 죽음과 그 딸이 납치당한 것을 계기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활극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웹툰에는 사이비교주가 등장하는데, 그의 대사에는 전광훈 목사가 했던 말과 유사한 내용이 있었고, 이 인물이 여성을 성폭행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광훈 목사는 이 사이비교주가 자신을 묘사했다고 판단해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정신적 손해로 500만원의 배상을 구했다.

전광훈 목사는 종교활동 뿐만 아니라 정당을 설립하고 집회 등을 통해 거침없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30단독 김관중 판사는 최근 전광훈 목사가 웹툰 작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김관중 판사는 먼저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할 것인데,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일반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창작물의 등장인물과 실존인물 간에 동일성이 있는지 여부는 창작물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등장인물이 특정 실존인물을 표현한 것으로 연상되게 할 만한 상당한 연관성이 존재해야 하고,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실존인물과 등장인물의 성명, 나이, 직업, 신체적 특징, 인격적 특징 등과 작품에서의 역할이나 등장인물을 둘러싼 상황 등 제반 사정을 비교해 판단해야 하며, 창작자가 주관적으로 다른 실존인물이나 순수한 허구인물을 묘사하려고 했더라도 창작물을 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영화에서 사이비 교주로 등장하는 인물을 떠올려 디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관중 판사는 “웹툰 등장인물의 묘사에 원고의 성명이나 목사라는 직업은 나오지 않더라도, ‘사이비 교주’라고 종교조직의 수장 역할을 하는 사람임이 표현돼 있고, 사이비 교주로 등장하는 인물이 목사를 연상시키는 점, 얼굴과 체형이 원고와 매우 유사한 점, 웹툰의 등장인물을 본 독자들 상당수가 원고를 묘사한 것이라는 댓글을 올린 점 등을 종합하면, 웹툰의 등장인물은 원고를 소재로 한 것임을 일반적으로 능히 인식할 수 있다”고 봤다.

김 판사는 “피고가 다른 사람을 묘사하려고 했더라도 일반 독자들이 웹툰의 등장인물을 보고 원고를 연상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적인물인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예술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의 관계

김관중 판사는 “실존인물이 이른바 공적인물인 경우 공공적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하여는 표현ㆍ예술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김관중 판사는 “그러나 공적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라고 해도 대상 공적인물의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고,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경우에는 우리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소재로 된 인물의 명예감정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관중 판사는 그러면서 “웹툰에서 피고는 원고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이 여성을 종교의식의 제물로 삼아 성폭행하는 모습을 묘사했는바, 원고의 종교적ㆍ정치적 활동과 의사표시에 관해 공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의 차원이 아닌 반인륜적 범죄행위자로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을 한 것으로서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모욕적이고 경멸적이어서 원고의 명예감정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김관중 판사는 “이 웹툰의 내용과 표현형식 등으로 인해 원고가 느낄 명예감정과 인격권 침해의 정도, 한편으로 내용이 허구임을 일반 독자들도 알 수 있다고 여겨지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원고인 전광훈 목사와 피고 웹툰 작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 7월 14일 판결이 확정됐다.

◆ "전광훈 목사는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지속적으로 사회와 언론의 관심대상이 돼온 공적인물"

한편, 김관중 판사는 ‘공적인물(공인)’에 대해 그리고 전광훈 목사가 공적인물인지에 대해 정리했다.

김관중 판사는 “공적인물 개념과 범위에 대해 법적 준거나 사회적 합의는 없으나, 직업, 명성, 생활 등으로 인한 일반적 관심도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 공적 논쟁에 스스로 참여하거나 개입해 사회적 평가의 대상이 된 사람 등을 아우른다고 할 수 있는데, 전광훈은 종교적ㆍ정치적 활동과 의사표시 등으로 인해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지속적으로 사회와 언론의 관심대상이 되어 온 공적인물임이 분명하다”고 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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