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로리더]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생명 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김미숙 대표는 25일 “지난 5년 동안의 노력이 재판부의 가벼운 처벌로 물거품이 될까 몹시 두렵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ㆍ‘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ㆍ‘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대검찰청 앞에서 ‘중대재해 기업 엄정 수사 즉각 처벌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단체들은 “중대재해 기업과 최고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더디기만 하다”며 “특히 재벌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장에 대한 기소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범죄자를 엄정 수사하고 처벌해서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이 300건이 넘지만 검찰이 기소한 건수는 20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이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하고 개악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을 주제로 발언에 나선 김미숙 대표는 “급격히 발전된 우리나라는 치열하게 경쟁 사회에서 살기 위한 각자도생이 요구됐다”며 “또 한편으로는 불법은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정경유착으로 더 급격히 썩은 물이 되고, 국가 전체로 퍼져 구석구석 큰 폐허를 만들고, 민주ㆍ정의가 내동댕이쳐진 오늘날이 됐다”고 개탄하며 목소리를 냈다.

김미숙 대표는 “그런 가운데, 정부나 기업이 시민의 안전을 홀대하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죽지 않아도 될 시민들이 하루아침에 죽어 나가는 참담함을 겪는다”며 “그날부터 유가족들은 생지옥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김미숙 대표는 “해마다 2400명의 가족이 죽을 수 있는데 (나라의) 발전은 도대체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그래서 이런 끔찍한 아픔을 겪지 말라고, 우리 모두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미숙 대표는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지 1년 반이 훌쩍 지난 요즘에도, 여전히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 참담하다”며 “사람에 대한 기본적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모순적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김미숙 대표는 “이처럼 해마다 크고 작은 노동자나 시민들의 재해는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로부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재발 방지 대책이나 사고를 막을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며 “은근히 (아들 사건) 1ㆍ2심 재판은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안 그래도 무죄나 낮은 형량인데도 감형으로 이어지니, 유족 입장은 더욱 괴롭다”고 심정을 전했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용균 씨는 24살의 나이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현장에서 사망했다. 고인은 어두운 새벽에 손전등 하나에 의존해 밀폐된 공간에서 설비를 살피다 변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2022년 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온 뒤, 2023년 2월 9일 대전지방법원 항소심에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책임자들이 줄줄이 무죄로 바뀌거나 감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기소된 사람들이) 현장을 가거나 보고받지도 않았고, 작업 내용도 몰랐고,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고, 누구 한 명의 과오도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 같이 선고했다.

현재 김미숙 대표를 포함한 유족 측과 대전지검은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김미숙 대표는 “5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처벌을 위해 진상을 규명하면서 아들 잘못이 아님을 밝혔는데, 힘겹게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재판부의 가벼운 처벌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몹시 두렵다”고 호소했다.

김미숙 대표는 “검찰은 모든 중대재해 사건을 성역 없이 신속 기소하고 법원은 이를 엄중 처벌해야 함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지금 법원이 가야 할 길은 재발 방지를 위해 법의 지엄함을 보여줘야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숙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법원이 화답할 때라 생각한다”며 “중대재해는 기업의 살인임을 일반 시민 살인 수준으로 엄중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 대표는 “솜방망이 처벌로는 계속되는 죽음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검찰이 나서서 강력한 처벌로 사람을 살리는 길을 택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더 이상 검찰은 정부의 눈치 보며 알아서 기는 저급한 태도로 우리 사회를 엉망으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참가한 노조 조합원들이 김미숙 대표에게 직사광선을 가려주고 있다.
참가한 노조 조합원들이 김미숙 대표에게 직사광선을 가려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미숙 대표는 “상식선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검찰청의 판단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고 검찰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정재현 노동안전보건부장은 “(김미숙 대표는) 건강이 안 좋은데도 오늘 기자회견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줬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산재 사망 유족들이 이렇게 앞장서서 싸워야만 하는지 국가에, 그리고 검찰에게,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이태의 부위원장, 금속노조 손덕현 부위원장, 건설산업연맹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손익찬 변호사, 생명 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김미숙 공동대표(김용균재단 대표), 서비스연맹 정하나 정책국장, 건설산업연맹 김양곤 노동안전보건실장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 종료 직후 대검찰청에 ‘중대재해 기업 엄정 수사 즉각 처벌 촉구 2만인 서명’을 전달했다. 이 서명에는 총 2만 677명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 및 발언자 등은 민주노총 정재현 노동안전보건부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중대재해 늑장 기소 솜방망이 구형 검찰을 규탄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하는 검찰 규탄한다!”
“재벌 대기업, 지자체 중대재해 즉각 기소하고 엄정 처벌하라!”
“중대재해는 기업의 범죄다. 신속하게 기소하고 엄정 처벌하라!”
“중대재해는 기업의 범죄다. 범죄자를 처벌하라!”
“생명안전 후퇴 개악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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