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박정화 대법관은 “헌법기관인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박정화 대법관은 7월 18일 대법원 청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퇴임식에서 6년 임기를 마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법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올라오기에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사람과 삶을 향한 깊은 애정과 통찰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사건에 맞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하면서다.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정화 대법관은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러 비판 보도를 접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물론 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판할 수는 있고, 법관도 이러한 건전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화 대법관은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거나, 법관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헌법상 원칙인 법관의 독립을 해하고,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화 대법관 / 사진=대법원
박정화 대법관 / 사진=대법원

<다음은 2023년 7월 18일 박정화 대법관 퇴임사 전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법관 및 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대법관으로서의 6년 임기를 마치고 32년간의 법관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초임 법관 시절부터 한결같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가족과, 그동안 법관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6년 전 이 자리에서, 엄중하고 책임이 막중한 대법관에 취임하면서 스스로 초심으로 삼고자 하는 몇 가지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 그때 스스로 다짐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퇴임사를 하려고 합니다.

대법원은 재판의 최종심으로서 구체적 사건에서 판결을 통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합니다. 대법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올라옵니다. 그러기에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사람과 삶을 향한 깊은 애정과 통찰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사건에 맞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기관인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것입니다.

6년 전, 비서울대이며 여성인 제가 대법관이 된 것도,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충실할 수 있는 대법원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 때문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저는 대법관으로 취임하여 그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제정된 법규범을 해석할 때, 법적 안정성에 중점을 두면서도, 법을 단순히 기술적, 피상적으로 해석하여 억울한 사람의 권리구제에 소홀함은 없는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법 앞의 평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편성과 구체성을 추구하되, 균형감 있는 시각과 혜안으로 사법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늘 회의하고 경계하면서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분명 한계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동안의 판결들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부합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사회는 일상생활이나 가치관 등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새로운 분쟁과 갈등이 생기며, 많은 사건들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그 해결점을 찾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여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온 이상, 법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판단한 재판에 대해서는 존중과 신뢰를 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조화와 평화가 공존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입니다.

저는 지난 6년간 동료 대법관님들과의 무수히 많은 합의와 토론을 거치면서, 대법관도, 개인의 주관적 신념이 아닌,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판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심으로서 당해 사건의 해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까지 고심해서 내린 대법원 판결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여러 비판 보도를 접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물론 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판할 수는 있고, 법관도 이러한 건전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거나, 법관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헌법상 원칙인 법관의 독립을 해하고,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합니다.

재판은 승패가 분명하여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사건이 법원에 몰리는 것도 신속한 재판에 장애가 됩니다. 건설적인 대화와 상호양보를 통하여 각종 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되는 사회, 국민의 높은 신뢰 아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사법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격무 속에서도 공정한 판결을 위해 함께 합의하고 응원해 준 동료 대법관님, 합리적인 결론을 위해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을 통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 재판연구관들, 항상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비서관실 직원들,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법원 가족 여러분, 그동안 함께 해서 영광이었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 7. 18.
대법관 박정화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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