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의 판례 해설]

통신사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시 통신사실확인 자료 제출해야 하고, 통신비밀보호를 이유로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없어(대법원 2023년 7월 17일. 2018스34 전원합의체 결정)

(사례)

이혼소송 계속 중 제1심 법원은 이혼소송의 일방 당사자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전기통신사업자인 위반자(통신사)에게 ‘상대방 당사자의 2015년 7월 1일부터 2016년 7월까지의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하였다. 위반자는 ‘통화내역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반자의 협조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통화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위반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이에 대해 위반자가 원심에 즉시항고 하였다. 원심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위반자의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위반자는 원심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였다.

(해설)

문서제출명령 소송 진행 중에 일방 당사자가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고자 할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문서를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고 상대방이나 제3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게 된다. 이 경우 증거를 제출할 수 없는 당사자가 상대방이나 제3자가 가지고 있는 문서를 재판에 제출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이 그 제출을 명하는 제도가 문서제출명령이다. 소송에서 증거가 구조적으로 편중돼 당사자 간에 공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의 공정을 보장하고 재판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확보할 필요에서 도입한 제도이다.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려면 해당 문서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누가 소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신청인이 어느 정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에 당사자가 따르지 않는 경우,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9조). 여기서의 진실이란 문서에 관한 것일 뿐 문서의 내용에 대한 진실까지 진실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아니다(1993. 11. 23. 선고 9341938 판결). 민사소송법은 법원이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문서의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제3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은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351조).

한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에 비추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하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을 들어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규정에 의하여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먼저 관련 법률규정을 살펴보자.

<관련된 법령>

◆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1. “통신사실확인자료”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실에 관한자료를 말한다.

가. 가입자의 전기통신일시
나. 전기통신개시ㆍ종료시간
다. 발ㆍ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라. 사용도수
마.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
바.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
사.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접속지의 추적자료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바에 의한다.(각호생략)

제13조의2(법원에의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법원은 재판상 필요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94조 또는 형사소송법 제27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제15조의2(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

①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ㆍ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

◆ 민사소송법제

294조(조사의 촉탁)

법원은 공공기관ㆍ학교, 그 밖의 단체ㆍ개인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게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 중인 문서의 등본ㆍ사본의 송부를 촉탁할 수 있다.

제344조(문서의 제출의무)

① 다음 각 호의 경우에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

2. 신청자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넘겨 달라고 하거나 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때

3.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 다만, 다음 각목의 사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제304조 내지 제306조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있는 문서로서 같은 조문들에 규정된 동의를 받지 아니한 문서

나. 문서를 가진 사람 또는 그와 제314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 관하여 같은 조에서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는 문서

다. 제315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항중 어느 하나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

② 제1항의 경우 외에도 문서(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보관하거나 가지고 있는 문서를 제외한다)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제1항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

2.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

제347조(제출신청의 허가여부에 대한 재판)

①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③ 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제348조(불복신청)문서제출의 신청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제351조(제3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제재)

제3자가 제347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제31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318조(증언거부에 대한 제재)

증언의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 재판이 확정된 뒤에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때에는 제311조제1항, 제8항 및 제9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제311조(증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과태료 등)

①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 법원은 결정으로 증인에게 이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명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이 법 또는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일단 위 조항에 ‘민사소송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2는 ‘법원은 재판상 필요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294조에 의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94조는 소송실무에서 ‘사실조회’라고 부르는 ‘조사의 송부 및 촉탁’에 관한 규정이며, ‘문서제출명령’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은 위 조항에 없다. 문서제출명령은 증거의 구조적 편재를 시정하기 위하여 증거의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로서, 제3자를 포함한 문서의 소지자는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각호에서 정한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일반적 제출의무).

결국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명백히 예외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문서제출명령에 따르면 해당 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각 법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출의무의 범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에 대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정한 것은 국민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 보호를 위한 것인 반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은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의 실현 및 증거의 구조적 편재 해소를 위한 것이므로 결국은 두 개의 법률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가 된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은 다수의견으로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며,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를 이유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대법원 2023. 7. 17. 자 2018스34 전원합의체 결정). 그 이유는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은 그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각각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입법취지를 가지므로, 각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그 적용범위를 정할 수 있고,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2는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촉탁’의 방법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는, 법원이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충분히 구현될 수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며,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를 이유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과태료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는 없고, 위반자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었음에도 즉시항고를 하지 않아 문서제출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이미 발령된 문서제출명령의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절차인 과태료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는 없으며, 적법하게 확정된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제1심 결정을 유지한 원심결정은 적법하고,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위반자의 재항고이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별개의견과 법원은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없고, 명령을 하더라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들어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은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법률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강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반면 문서제출명령은 그 명령을 받은 제3자에게 문서제출의무를 부담시키고 위반에 대해 질서벌의 제재를 부과하며, 따라서 위 두 법률 규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지시하고 있어 규범의 충돌이 존재하고, 이는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하고, 과태료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결정은 파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다(제1조). 그러므로 문서제출명령에 의해서 위 법의 취지가 몰각될 수 있느냐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는 신청 취지, 신청기간, 해당 문서를 통해서 입증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 등을 고려해서 명령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을 재판에 필요한 정도에 그치도록 하든지, 내용을 일정한 사항에 그치도록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결국 법원이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은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다.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서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무력화시키든지, 아니면 반대의 경우든지 모두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각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는 다른 법률의 취지를 생각해서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통신비밀보호법에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 번째로 통신사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다. 통화내용이나 문자 내용 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제 어떤 전화번호와 통화를 했다든지, 문자를 주고받았다든지,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만 제공할 뿐이다. 구체적인 대화의 내용, 대화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문서제출명령제도 자체로 개인의 통신비밀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문서제출명령을 통해서 얻은 자료는 재판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고, 그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 일정한 제재를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서제출명령 제대고 재판이 신속성과 진실발견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서 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다만 문서제출명령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제한 조치를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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