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성 변호사는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1기를 수료했다.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국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 대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에서 총회의장에 당선됐다. 총회의장은 대한변협 대의원들이 선거로 선출한다. 국회에 비유하면 대한변협 대의원은 국회의원이고, 대한변협 총회의장은 국회의장으로 보면 된다.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이임성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이임성 변호사

<피자 한 판과 필로폰>

지난 7월 5일 대검찰청은 2022년 국내 마약류 범죄 백서를 발간했다. 그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마약류 사범은 1만 8,395명이 적발되었다. 이는 4년 전인 2018년에 비해 45.8% 증가한 수치이고, 역대 최다 숫자다, 또한 범죄 연령도 30대 이하가 59.8%로 낮아졌다. 이렇듯 마약에 관련된 범죄는 증가하고 있고, 저연령화되었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이름 높았다. 마약청정국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이하인 나라다. 당시엔 조직폭력배들도 ‘뽕쟁이’ 마약사범은 경원시했다. 그러나 2016년도에 오랫동안 유지했던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요즘은 다 알다시피 마약거래가 SNS, 텔레그램, 다크웹과 가상화폐로 가능하다. 마약 접근이 쉬워진 것이다. 가격도 저렴해졌다. 10년 전 필로폰 1회 투약량(0.05g) 가격이 10만원 내외였지만, 지금은 브랜드 피자 한 판 값도 안 되는 2~3만원 선이다. 이런 게 마약류 급증의 원인들이다.

또한 얼마 전부터는 강력한 효능의 신종마약이 판치고 있다.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펜타닐의 중독성은 우리가 많이 들어본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다. 최근엔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펜타닐 공급 국제 카르텔의 표적이 된 조짐이 보인다. 여중생 딸이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주문한 것을 어머니가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펜타닐 음료를 학생들한테 집중력 향상제라고 속여 마시게 한 다음 그 부모에게 연락해서 돈을 요구한 사건도 있었다. 이태원 클럽엘 가면 펜타닐 성분이 들어 있는 캔디나 젤리를 그냥 나눠준다고 한다.

신종 마약 펜타닐 중독 문제는 미국이 정말 심각하다. 미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 남용이다. 급기야 도시마다 펜타닐 해독용 스프레이 자판기가 등장했다, 수도인 워싱턴DC 길거리 곳곳에 그 자판기가 있다. 국제적으로 펜타닐 제조원료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간기착지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 참다못한 미국 정치권은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펜타닐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외교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펜타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도 마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얼마 전 법무부 주도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회 저명인사들은 페이스북에서 마약퇴치 포스팅 릴레이를 이어간다. 정부의 단기 목표는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이라고 한다. 우선 마약과의 전쟁에서는 검찰, 법원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 전 연예인 ‘돈스파이크’는 필로폰 투약 재범에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기까지 했음에도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이례적인 결과에 검찰이 즉각 항소하여 결국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화배우 ‘유아인’도 대마, 코카인, 졸피뎀, 프로포폴 등 무려 7가지 나 되는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석방되었다. 검찰은 유아인 사건을 전면 재수사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식의 솜방망이 대응은 마약사범들에게 잘못된 싸인을 주는 것이다.

한편, 2020년의 검ㆍ경수사권 조정 이후로 예전과 달리 검사들은 마약을 투약한 ‘뽕쟁이’와 중간 알선책이나 공급책을 수사하지 못한다. 검사들은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사범만 수사 가능하다. 마약 사건은 단순 투약부터, 알선, 공급 등 그때그때 걸리면 걸리는 대로 적극적으로 유통경로와 공급망 수사를 해야만 마약조직의 뿌리와 실체를 알 수 있다. 이를 경찰만 담당하면, 단속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래전 필자가 평검사 시절 경험을 돌이켜 보면, 검찰로 마약정보가 많이 들어왔다. 그땐 검찰이 마약수사 대부분을 담당했다. 검사들한테 500만원 이상의 밀수만 담당하라는 건, 수사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덧붙이자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 시점에서 마약수사 패러다임 재검토, 즉 마약수사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도 필요하다.

사실 마약범죄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범죄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暗數) 마약범죄가 100배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니 법원, 검찰의 노력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마약에 관련된 모든 정부기관의 대응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가정보원은 특히 해외주재관을 통한 국제적인 마약 공급망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한다, 관세청은 현재 전국 세관에 마약조사관을 증강 배치했으니, 공항과 항만의 수출입 통관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

광대역 국내 수사권을 가진 경찰은 사이버 SNS를 통한 비대면 공급책들과 길거리 투약사범 단속에 치중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급 학교 교과과정에 마약 관련 사항을 포함하고, 복지부는 사후적인 중독자 치료와 재활 병원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마약문제 대응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지 않게 하려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지금은 지역사회 구석구석에서 남몰래 벌어지는 국지적인 마약범죄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위 글은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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