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환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충북의 한 시민단체 대표인 A씨는 2022년 6월 실시될 충북도지사 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7일 청주시 충북도청 앞 인도에 “김영환,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김영환, 철새 정치 그만하라”는 등의 문구가 기재된 리본을 부착한 근조화환 50개를 설치했다.

김영환 후보는 당시 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검찰은 A씨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화환을 설치함과 동시에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화환ㆍ풍선ㆍ간판ㆍ현수막ㆍ애드벌룬ㆍ기구류와 그 밖의 광고물 설치ㆍ진열ㆍ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청주지방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판을 심리하던 중 선거법 제90조 제1항 1호 중 ‘화환의 설치’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2023년 3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화환 설치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 조항들에 대해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했을 때 초래되는 혼선을 막고자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국회가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2024년 6월 1일부터 위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환의 설치는 경제적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으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며 “또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금지 규정 등을 통해 무분별한 흑색선전 등의 방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장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화환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화환을 설치하는 행위를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데 있고, 이와 관련해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2024년 5월 31일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은 헌재가 작년 7월과 지난 3월 내린 결정과 같은 취지의 것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 설치ㆍ게시’,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ㆍ게시’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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