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자동세척 논란으로 리콜조치했던 LG전자 의류건조기의 광고에 대해 법원은 “거짓ㆍ과장성이 있고, 기만적인 광고”라고 판결하며 소비자에 위자료를 인정했다.

법원은 “LG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게 된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형성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며 LG전자에게 의류건조기별로 정신적 손해 2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다만, LG전자의 의류건조기 광고를 보고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콜조치로 자동세척 기능의 미비를 보완할 수 있었다고 봐서다.

◆ LG전자 의류건조기 광고들

LG전자는 2016년 4월부터 ‘자동세척 시스템’을 적용한 의류건조기들을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용량이 커진 의류건조기들을 출시했다.

엘지전자는 2018년 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디지털 매체, 제품 카탈로그, 온라인 대표사이트 및 오픈마켓 사이트 등을 통해 자신의 의류건조기 제품에 대해 “건조 시마다 세차장의 고압분사기처럼 강력하게 자동세척”, “깨끗하게 완벽 유지” 등과 같이 건조 시마다 자동세척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7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을 통해 LG전자의 이 사건 의류건조기에 먼지가 쌓이고 자동세척에 활용된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고 내부에 잔류해 곰팡이 및 악취가 발생한다는 ‘위해정보’를 접수하자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소비자원의 현장조사 결과 LG전자 의류건조기 50개 제품에서 세척 후에 먼지가 섞인 응축수가 일부 배출되지 않고 의류건조기의 바닥에 고여 있어 곰팡이 등 미생물 번식, 악취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2019년 8월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에 시정조치를 권고했고, 엘지전자는 당시 판매된 145만대에 대해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무상수리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2019년 11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들이 자동세척 기능 불량 등을 이유로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LG전자가 신청인들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LG전자와 구매자들이 소비자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전으로 번졌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5월 LG전자의 이 사건 의류건조기 광고에 대해 “자동세척 등 성능을 부풀려 광고한 거짓ㆍ과장성이 인정되고,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되므로,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의 거짓ㆍ과장의 광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LG전자에 3억 9000만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322명)들은 “LG전자 의류건조기가 일정한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짐에도 마치 가동할 때마다 자동세척이 이루어져 별도의 수동세척이 필요 없는 내용으로 거짓 과장된 광고 및 기만적인 광고를 해,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의류건조기를 구입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따라서 LG전자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소비자들이 의류건조기의 구입 사용으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 또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의류건조기 1대당 재산상 손해 50만원, 위자료 50만원 합계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 서울남부지법 “LG전자는 원고들에 위자료 20만원 지급하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주채광 부장판사)는 지난 5월 31일 LG전자 의류건조기 소비자들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는 이 사건 의류건조기별로 20만원으로 정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선물받거나, 구매자를 알 수 없거나, 원고가 아닌 제3자가 구매자인 등으로 의류건조기를 구입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원고들의 청구는 전부 기각했다. 또한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일부 원고들의 주장도 의류건조기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었음이 증명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 “LG전자 의류건조기 광고에 거짓ㆍ과장성 있고, 기만적인 광고”

재판부는 “이 사건 광고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문장만 보더라도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소비자로 하여금 ‘이 의류건조기가 가동할 때마다 자동세척함으로써 의류건조기가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므로, 사용하는 사람이 수동으로 세척하는 등 전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0년 4월 전국 25~54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 사건 광고에 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의뢰한 결과, 다수의 소비자들은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구매할 경우 별도로 청소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유지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가지는 인상과 달리 이 사건 의류건조기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자동세척 기능만으로는 의료건조기에 먼지가 축적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되지 않았으며, 잔존 응축수로 인해 곰팡이 등 미생물 번식, 악취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에 ‘셀프세척’ 기능 추가, 먼지 유입 방지를 위한 ‘필터’ 구조 개선, 잔류 응축수 제거를 위한 ‘배수펌프’ 구조 개선이라는 조치 방안을 제시해 이를 인정했고,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리콜조치’를 시행해 왔다”며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이 사건 광고는 거짓ㆍ과장성이 있고,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원고들에게 재산상 손해 발생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의류건조기와 자동세척 기능이 없는 의류건조기의 차액 상당의 손해, 소비자로서의 선택권 침해, 리콜 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고통, 브랜드가치에 대한 신뢰나 만족감의 상실로 인해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 역시 입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이 의류건조기 자체에 성능 등 기술적인 이상이나 안전성의 문제가 없고, 자발적으로 실시한 리콜조치로서 자동세척 기능의 문제점이 해결됐으므로 재산상 손해 내지 정신적 손해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자동세척 기능이 없는 다른 의류건조기와 차별점이 없을 정도로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광고로 원고들이 자동세척 기능이 없는 다른 의류건조기 가격과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가격의 차액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또 “LG전자의 리콜조치를 통해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의 미비를 보완할 수 있고, 리콜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류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의류건조 등 주된 기능, 내구성 등의 저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 “LG전자의 광고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 발생”

재판부는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손해는 인정했다.

LG전자는 광고가 원고들의 의류건조기 구매로 이어졌는지 여부까지 개별적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LG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를 장기간 실행했고,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그에 따라 형성된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신뢰에 따라 의류건조기를 구매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봐서다.

재판부는 “현대산업화 사회에서 소비자가 갖는 상품의 품질, 가격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자 등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류건조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제조사 및 판매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제조사 등이 스스로의 대대적인 광고에 의해 창출된 것”이라며 “의류건조기는 의류의 잔존 수분ㆍ먼지 제거, 살균 등이 중요한 기능으로서 인식되고, 의류건조기 자체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세척의 편의성 등 부가적 기능 역시 의류건조기의 구매 여부를 결정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게 된 원고들은 광고를 통해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고 봄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 “리콜조치로 정신적 고통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LG전자는 이 사건 의류건조기를 설계ㆍ제조했고, 출시 전 성능 검사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경우에는 의류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건조 과정이 종료될 수 있고, 먼지 쌓임, 잔존 응축수 고임 현상 등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LG전자는 적극적으로 의류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이 건조 과정마다 작동해 소비자의 별도 관리 없이도 항상 청결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광고에서 집중적으로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LG전자)는 의류건조기에 실시한 리콜조치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도 회복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리콜조치로 광고를 통해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해 입은 정신적 고통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 원고들 손해의 범위

재판부는 “LG전자가 이 사건 의류건조기에 대해 실시한 리콜 조치의 내용, 리콜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기간, 원고들의 신뢰와 기대가 침해된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는 이 사건 의류건조기별로 각 2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 의류 등 오염피해 및 신체피해 원고들의 제조물책임 손해배상 청구

재판부는 “이 사건 의류건조기의 사용으로 의류 오염피해 등 원고들의 재산이 오염되는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또 의류건조기 사용으로 피부염, 가려움증 등 신체적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의류 오염피해와 신체피해 원고들의 제조물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주위적 청구)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 LG전자 “건조기 제품 결함 없음 인정…아쉬운 부분 항소심 판결 받아볼 계획”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들과 LG전자 양측이 불복해 항소했다.

1심 판결과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의류건조기 제품 결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가운데,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아쉬운 부분이 있어 다시 한번 판결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항소한 배경을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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