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5일 HD현대, LX홀딩스, DB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와 관련 사업기회 제공 의혹 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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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는 “상당수의 지주회사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그룹의 상표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LG, 롯데지주, CJ, 효성, 두산 등), 일부 대기업집단의 경우 새로운 상표권을 전부 또는 일부 출원하면서 그 소유권이 지주회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GS, LX홀딩스, DL, 롯데지주, HD현대 등)”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SK와 같이 계열회사가 보유하던 상표권을 지주회사가 무상으로 양도받은 사례도 존재하며, 지주회사가 아니더라도 그룹의 상표권 소유자로서 계열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거나 상표권을 신규 출원해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한 사례도 있다.

반면 KT&G와 신세계는 상표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고 있고 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영풍그룹, 호반그룹 등은 계열사들이 상표권을 공동으로 보유하지만 상표권 사용료는 수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과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했지만 2021년부터는 더 이상 수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소유 및 그에 따른 상표권 사용료 수취는 일관된 기준이 없으며, 각 기업집단의 상황에 따라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대기업집단 내의 상표권 사용거래와 관련한 문제는 주로 업무상 배임과 법인세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는 대림산업이 호텔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자체 개발한 GLAD 상표권을 지배주주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APD로 하여금 출원ㆍ등록하게 한 사례에서 사업기회의 제공으로 판단해 제재하고, SPC그룹의 계열사 삼립이 샤니의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한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판단해 제재한 바 있지만,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거래와 관련해 사안별 거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거나 적절한 상표권 사용에 관한 지침을 제시한 적은 없다”고 짚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또는 지배주주가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게 계열회사의 상표권 사용료 지급이 집중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부적절한 상표권 사용료 지급 관행을 묵인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거래와 관련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HD현대, LX홀딩스, DB 등 사례를 공정위에 조사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상표권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HD현대중공업이 공동보유하고 있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CI를 사용하면서 각각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주회사 HD현대(정몽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31.86%)는 작년 9월 신규 CI(corporate identity)를 출원ㆍ등록하고, HD현대그룹은 동 CI(심벌 부분)가 포함된 그룹 CI 변경을 추진해 올해 초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에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은 그룹 CI의 심벌 부분 교체에 따라 상표권 수익이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고, 신규 CI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HD현대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그룹 CI 변경으로 HD현대의 상표권 수익은 2022년 51억원에서 올해 최소 255억원으로 급증하며(내부거래 공시 기준), 증가한 상표권 수익의 상당부분은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그룹 CI의 일부를 특수관계인 회사 HD현대가 단독으로 출원하도록 묵인하고 상표사용료 지급을 결정한 것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LX홀딩스의 경우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21년 5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X홀딩스(구본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41.36%)는 신규 ‘LX’ 상표에 대해 올해부터 LX인터내셔날,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LX판토스 부산신항물류센터 등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기로 했다. 그 규모는 연간 500억원대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LX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상표권을 지주회사 단독으로 소유하도록 하고, 나머지 주력 계열사들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결국 이들 주력 계열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LX홀딩스에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DB Inc.(특수관계인 지분율 43.73%, 이하 DB)는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표권을 소유한 회사가 매각된 후 상표권 사용료가 청구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2017년 그룹 CI를 변경하면서 DB가 상표권을 출원ㆍ등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DB그룹에서 그룹 매출의 상당부분은 DB손해보험이 차지하고 있고, 그룹 내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DB가 상표권 소유하고 그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0년 10월 금감원의 검사 결과 DB손해보험이 DB 상표를 사용하면서 상표의 인지도 향상에 대한 기여도, 광고비 등 부담, 사용료율 산정에 대한 평가 등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본래 부담해야 할 액수보다 많은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한 사실을 지적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위의 사례는 형식적으로는 그룹의 상표권 소유회사가 정상적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그룹 내 주력 사업자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집중된 HD현대, LX홀딩스, DB에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더욱이 상표권 사용료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표의 개발ㆍ출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표의 관리나 이미지 제고 등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부담하거나 또는 해당 상표의 가치 향상에 상당한 기여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위의 사례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DB손해보험의 경우 특수관계인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용역거래(상표사용료)를 제공한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조사요청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 대상 회사에게 이익이 되는 상표권 소유관계의 변경이 있었고, 그 시점이 공정위 처분시효를 경과하지 않는 사례로 한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주회사와 같이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집중된 회사가 상표권을 소유하면서 다른 계열사로부터 그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이 사실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공정위가 이번 조사요청 사례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나아가 현재 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거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요구나 제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계획 중인 기업 등이 상표권을 특수관계인의 소유물처럼 인식하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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