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업무정지 처분 기간 중 마약류 약품을 처방한 의사에 대해 이루어진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처분이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대구에서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다.

A씨는 2022년 3월 대구 달서구보건소장에게 사용기한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을 사용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에 보건소장은 A씨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제38조 제2항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한 달간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처분했다.

A씨는 업무정지 처분 기간 중이던 2022년 5월 자신의 딸에게 알프람정 등 마약류 약품을 처방해 마약류취급 업무를 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달서구보건소장은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절차를 거쳐 2022년 9월 A씨에 대해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했음‘을 이유로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12개월 처분했다.

보건소장은 이 처분을 하면서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 법규로 “마약류관리법 시행규칙 제43조, ‘행정처분의 기준’, 일반기준, 제7호”만을 적시했다.

이에 A씨는 “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크다 할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구지방법원 행정단독 허이훈 판사는 지난 5월 10일 산부인과 전문의 A씨가 대구 달서구보건소장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2022년 9월 원고에 대해 한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 12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허이훈 판사는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마약류취업 업무를 일정 기간 정지하는 처분으로서, 원고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침익적ㆍ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마약류관리법 제44조 제2항이 이 사건 처분의 법률상 근거라고 주장하나,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 사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에 관한 행정처분의 기준만을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이훈 판사는 “업무정지처분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정지처분 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마약류관리법에는 입법의 미비로 그에 관한 규정이 흠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제재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허이훈 판사는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위법하다”며 “따라서 재량권의 일탈ㆍ남용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처분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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