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어린이집에서 폭행 사고가 발생하자 운영자가 피해아동 부모와 합의서를 작성하며 합의금을 전달했는데, 나중에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이 나오자 합의금을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합의가 어린이집 측에서 폭행 사고에 관한 민사ㆍ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합의한 것으로 봐서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대구에서 어린이집의 실질적인 운영자다. A씨는 2020년 12월 B씨를 어린이집 원장으로 고용하고 운영에 관한 전반을 위임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원생이던 C(당시 2세)가 2021년 3월 담임 보육교사들이 등원지도, 다른 원생 돌봄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같은 반의 다른 원생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피해 아동의 부모와 “어린이집과 관련한 수사와 관해 4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앞으로 민형사상의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합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으로 4000만원을 지급했다. 자신이 3000만원, 보육교사들 1000만원이다.

이후 2021년 10월 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수사했으나, 고의로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했다.

그러자 A씨는 자신이 합의금으로 지급했던 3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형사상 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해 피고들과 합의했다”며 “그런데 본인은 기소되지 않았고,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도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민법 제733조 단서에 따라 합의를 취소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설령, 합의가 원고의 형사상 책임의 경감과 민사상 손해의 전보 등 여러 목적들이 전제가 됐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어떠한 형사상 책임도 귀속될 수 없고 원고가 이를 착오했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합의는 법률행위 일부취소의 법리에 따라 전체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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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심 대구지방법원은 2022년 8월 어린이집 실질적인 운영자 A씨가 피해 아동의 부모들을 상대로 지급한 합의금 300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대구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최서은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9일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이 합의는 피해 아동의 부모들이 원고로부터 4000만원(원고 합의금 3000만원, 담임 보육교사 2명 합의금 각 500만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민사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으로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어린이집 실제 경영자로서 피해아동이 폭행을 당한 직후부터 어린이집 원장과 통화해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피고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협의했다”며 “원고는 수사가 진행 중에 자신 명의로 피고들과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보육교사들에 대한 합의도 일괄적으로 진행했으며, 원고가 보육교사들의 합의금도 지급하면서 피고들이 향후 일체의 민사ㆍ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우, 구체적인 내용 등을 비춰 볼 때, 원고는 피고들과 이 사건에 관한 민사ㆍ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합의했다고 보이며, 원고에 대한 기소 또는 유죄판결이 합의의 전제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대한 형사처벌 유무는 피고들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아닌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 합의의 주된 내용은 오히려 원고 측의 피고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부 및 범위에 대해 상호 양보해 분쟁을 종지하는 내용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보육교사들이 피해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 어린이집 원장, 담임 보육교사들의 피해아동에 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등이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피해아동 및 피고들이 입은 손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함과 동시에 원고 측의 민사ㆍ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체결한 것이지, 민사상 책임 및 형사상 책임에 관한 합의금액을 따로 산정한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원고의 착오에 기한 합의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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