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여행패키지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의 연락처로 3일 동안 6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옆방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한 행위가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50대 남성)는 피해자 B씨(20대 여성)와 2021년 11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여행패키지에서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A씨는 당시 울릉군의 한 횟집에서 B씨와 회를 먹으며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이날부터 3일 동안 총 6회(부재중 포함) 전화와 1회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또한 옆방에서 계속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고, 큰 소리로 벽을 치고 시끄럽게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킹을 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인 춘천지방법원은 지난 2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연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연락한 경위, 연락한 시각, 피고인의 발언 내용 및 이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방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법원 

항소심인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2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스토킹범죄 혐의를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단순히 당황스러움, 불쾌함, 불편함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처음 만난 날 늦은 시각에 전화를 걸어 남자친구와 키스, 성관계를 했는지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피해자가 통화 중단을 원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했고, 그리고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부터 계속된 피고인의 반복적인 전화를 수차례 받지 않고 여행 내내 피고인을 피해 다녔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미안 몸은 좀 어때 약 사가려구. 전화해두 안 받아서 혼자 바닷가 걷다 들어옴. 몸은 좀 괜찮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여행패키지를 통해 울릉도에서 홀로 여행 중이던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과 글로 인해 피고인이 자신에게 집요하게 성적인 접근을 하거나 자신의 방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부호ㆍ문언ㆍ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ㆍ부호ㆍ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직접 음향 등을 송신하지는 않았더라도,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전화기가 만들어낸 음향 등(전화기의 벨소리,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는 당연히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전화의 수신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ㆍ반복적으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이 나타나도록 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은 후 직접 말ㆍ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만큼이나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어서 이 또한 ‘스토킹범죄’로 규율함이 스토킹처벌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전화를 수신하지 않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이 남겨진 것만으로는 스토킹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전화를 수신해야만 비로소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어느 경우든 피해자가 피고인의 발신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가지게 됐음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전화를 수신했을 때에만 피고인의 행위가 가벌적인 것이 되는 지극히 이상하고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합리는 행위자가 ‘우편’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물건 등을 보내는 행위를 지속적ㆍ반복적으로 할 경우 상대방이 그 물건 등의 우편물을 개봉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반송처리를 하더라도 스토킹 범죄로 의율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틀 동안 상당한 시간 동안 피해자가 묵고 있는 방의 바로 옆방에서 계속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고, 계속 큰 소리로 벽을 쳐 시끄럽게 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직접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서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하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울릉도 여행에서 처음 만난 여성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 태양 등에 비추어 죄질과 범정이 나쁘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이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함에 따라 상당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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