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후 방에서 누워 있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삼성화재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나, 법원은 화장실에서 넘어져 두부손상의 상해를 입고 경막하출혈로 사망했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여)는 2014년 10월과 2020년 4월에 삼성화재해상보험과 2개의 사망보험을 체결했다. 피보험자는 남편(B)이고, 보험금수익자는 자신이었다.

보험계약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 각 보험금(1억 5000만원,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2020년 12월 아침 B씨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욕실에 씻으러 들어갔는데, 욕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렸다. 이후 남편이 나오지 않아 A씨가 욕실 문을 열어보니 남편이 샤워기를 가슴에 대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 거실에서 나온 B씨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후 침대 옆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원인으로 ‘두부손상 가능성’이, 사망의 종류로는 ‘기타 및 불상’이 기재돼 있었다. ‘두부손상’은 외부의 충격으로 머리에 손상을 입은 상태를 말한다.

남편이 사망하자, A씨는 2021년 5월 삼성화재보험에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삼성화재는 “B씨는 알코올 의존성이 높은 사람으로 당시 건강 상태에 비춰 넘어지는 사고가 아닌 자발성경막하출혈이나 급성심장질환 등의 질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상해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2억원의 달라”며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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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제15민사단독 황운서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8일 “피고(삼성화재해상보험)는 원고(A)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삼성화재해상보험이 부담하라고 했다.

황운서 부장판사는 “사망 당일 시체를 검안한 결과에 따르면, 시체에서 특이한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전신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으며, 종합적으로 두부손상(외상성경막하출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운서 부장판사는 “법원의 모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내용은 평소 알코올 중독과 안과 질환이 있던 고인이 주취 상태로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발생한 경막하출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사고로 인한 경막하출혈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되며, 몇 시간의 잠복기 후에 경막하출혈로 사망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운서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보험수익자 A씨에게 상해사망보험금 7000만원을 지급했다”며 “현대해상은 B씨가 미끄러짐 사고로 입은 상해로 인해 사망했음을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는 사망 당일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인해 두부손상의 상해를 입고 이로 인한 경막하출혈이 직접 원인이 돼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황운서 부장판사는 “따라서 삼성화재는 각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수익자인 원고에게 상해사망보험금 2억원(1억 5000만원 +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사고에서 현대해상은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 반면, 삼성화재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안 주려다 소송을 당해 패소했고, 소송비용도 부담하게 됐다.

한편 A씨는 이번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소송대리인 한세영 변호사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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