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인천국제공항에 14개월 동안 억류됐던 공항 난민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법무부의 위법한 난민신청 접수 거부로 공항에서 1년 2개월이나 방치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공익변호사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공익변호사

25일 사단법인 두루에 따르면 외국인 A씨는 고향에서 정치적 박해로 지인과 가족들 십여 명이 살해당했다. 이에 A씨는 고향을 탈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환승 티켓으로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난민신청서를 쓸 자격조차 없다”며 난민신청서 접수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A씨는 공익변호사들과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음식과 생활비, 의료품 등을 지원받으면서 1년 2개월 동안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43번 게이트 앞 소파 위에서 1년 2개월을 살아야 했다.

공항에는 잘 곳도, 입을 옷도, 먹을 음식도 없고, 24시간 환한 불이 켜져 있는 곳에서, 씻을 수도 없는 상태로 노숙을 해야 했다.

인천국제공항 난민 A씨를 돕는 사단법인 두루
인천국제공항 난민 A씨를 돕는 사단법인 두루

두루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A씨가 난민 신청을 했지만, 한국 정부는 A씨가 난민인지 아닌지 판단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했다”며 “그 이유는 A씨가 가지고 있는 티켓의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그동안 공항에서는 환승 티켓을 가지고 있거나, 입국 자격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난민신청서의 경우 일단 접수하고 절차를 개시했다”며 “이미 난민법에는 공항에서의 간이심사도 가능하도록 해 두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공항에서 정해진 절차에 의한 판단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그런데 공항 출입국은 별안간 A씨의 사안에서 ‘환승객은 입국 자격이 없으므로 난민신청서를 쓸 자격조차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의 소송수행자는 변론 중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결국 일종의 ‘실험’으로 인해 한 사람이 최소한의 존엄성도 무시된 상태에서 1년 넘게 지냈다”고 전했다.

A씨는 본국에서의 박해와 어려운 탈출 과정에서 지병을 얻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탈장 증상으로 공항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그러나 A씨는 입국부터 14개월간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변호사들이 전해주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왔다.

결국 소송을 통해 입국했지만, 지병은 악화돼 수술해야 했다. A씨는 여전히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2021년 4월 13일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고승일 부장판사)는 A씨가 그간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ㆍ의식주ㆍ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했다”면서 “수용을 임시 해제한다”는 결정을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A씨는 14개월 만에 인천국제공항 밖 땅을 밟았다. 현재 A씨는 한국에 입국해 통원치료 등을 받고 있다.

◆ “법무부의 위법을 확인한 판결,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입국외국인청이 A씨의 난민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은 처음부터 명백했다”며 “공항에서의 난민신청에 특별한 ‘입국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국제법적으로 명백하고, 심지어 그간 법무부도 이를 인정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법원도 이를 인정해 A씨는 일찌감치 승소했으나(2020년 6월 4일 선고 인천지방법원 2020구합51536), 법무부의 항소로 인해 서울고등법원 판단(2021년 4월 21일 선고 서울고등법원 2020누45348)으로 최종 승소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은 “환승객에게도 난민신청권이 있다”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A씨의 난민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방치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접수 거부 행위가 위법한지와 별개로, 난민신청자를 아무런 생존 대책 없이 공항에 가두어 둔 행위 자체도 ‘위법한 수용’이었다”며 “인천지방법원(2020인라8)은 이를 인정해 ‘임시 해제’를 통해 일단 A씨를 입국시키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을 통해 그러한 구금이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A씨는 부당하게 공항에 억류돼 끼니를 거르고,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노숙하며, 당장 씻을 곳을 찾아 헤매야 했던 1년 2개월을 견뎠지만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위법한 행정으로 인해 한 사람이 장기간 고통받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한재 공익변호사는 “A씨는 억류돼 있던 당시부터 심각한 지병으로 쓰러져 구급대의 조치를 받는 등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장기간의 공항 생활은 이를 악화시켰고, 입국한 이후 국내에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현재도 A씨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어떠한 보상도, 사과도 없이 잊혀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난민 A씨는 4월 25일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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