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교통사고 피해자가 경찰에 진술한 처벌불원 의사를 검사에게 번복했으나, 항소심은 이미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밝힌 이상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는 없다고 봐 공소를 기각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트럭을 운전하던 A씨는 2020년 2월 14일 대구의 한 도로에서 유턴하다가, 직진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B씨의 이륜자동차를 충격해 넘어지게 해 전치 16주의 중상해를 입혔다.

그런데 피해자 B씨는 2020년 5월 교통사고에 관해 경찰관에 진술하면서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그런데 검사는 2020년 6월 18일 B씨에게 의사를 다시 확인하니 “합의가 되지 않았으므로 A씨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다. B씨를 조사했던 경찰관 또한 ‘진술조서 작성 당시 피해자가 합의가 되면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검사는 B씨의 진정한 의사는 조건부 처벌불원 의사에 불과하다고 봤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검사에게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한 것을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라고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르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다”며 “따라서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중한 상해를 입은 상태에서 피고인과의 합의도 없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할 이유가 없는 점, 사법경찰관의 조사 후 1개월 정도 지나 검사가 피해자에게 의사를 확인할 결과 피해자의 의사는 ‘합의가 되지 않았으므로 처벌을 원한다’는 것이었고, 검사가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관에게 확인한 결과 경찰관은 ‘조사 당시 피해자는 합의가 되면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얘기했던 것’이라고 답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해자의 2020년 5월 12일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고인과 합의가 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였으므로, 피해자의 진실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됐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가 2020년 5월 12일 진실한 처벌불원 의사를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사실을 오인해 공소를 기각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법원
법원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는 지난 4월 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2020년 5월 12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인은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나요’라는 질문에 피해자는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명백히 답변했고, 달리 조건을 더하는 진술은 하지 않았으며, 진술조서 말미에서 ‘이상의 진술은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자필로 ‘예’라고 기재한 후 무인을 했다”며 “이에 피해자의 2020년 5월 12일 진술을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해자가 2020년 6월 18일 검사에게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한 것을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의하면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이미 철회한 경우에는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2020년 5월 12일 이미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밝힌 이상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피해자가 공소제기 이전인 2020년 5월 12일 이미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으므로 검사의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돼 무효인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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