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구청이 설치ㆍ관리하는 체육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다가 사지 일부가 마비된 주민에게 구청이 위자료 등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50대 여성)는 2019년 10월 대구 북구에 있는 함지산 체육공원에 설치된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중 뒤로 넘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경추를 다쳤다.

A씨는 사고 직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사지의 불완전 마비, 감각이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이 운동기구는 낙상의 위험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중한 상해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운동기구의 사용방법 및 주의사항 등을 기재한 안내문 및 이용자들의 부상 위험과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따라서 구청은 운동기구의 설치ㆍ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광역시 북구청은 “사고에 대해 원고에게 1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부제소 및 면책 합의를 했으므로, 이 청구는 합의에 반하는 법률상 권원이 없는 청구로서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북구청은 또 “설치ㆍ안전상의 하자가 없다”며, 특히 “이 사고는 전적으로 원고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책임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 운동기구에는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미끄럼방지 장치나 사고 발생시 이용자의 부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바닥매트 등 충격완화 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방법원(대구지법)

대구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채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4월 6일 체육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사용하다 크게 다친 A씨가 대구시 북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억 843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3000만원과 재산상 손해 5억 5437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운동기구의 설치 및 관리자인 피고로서는 운동기구 이용 시의 주의사항 등을 기재한 안내문 등을 주민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설치해 주민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운동기구를 이용하도록 해야 하고, 운동기구의 이용 과정에서 사고나 부상의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대책(미끄럼방지장치, 충격완화장치 등)을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위와 같은 방호조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이 운동기구에는 그러한 피해방지 조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설치ㆍ관리상의 하자가 존재했다”며 “피고는 이 운동기구의 설치ㆍ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구시 북구청의 부제소 및 면책 합의에 대해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례(98다64301)는 “피해자가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민사ㆍ형사상의 소송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합의서에 날인한 경우, 그 피해 정도, 피해자의 학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합의에 이른 경위,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와 합의한 내용 및 합의 후 단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합의서의 문구는 단순한 예문에 불과할 뿐 이를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포기나 부제소의 합의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3월 9일 B보험사에 대해 ‘확인 사항 : 지급보험금 1,000,000원을 확인하고 사고를 종결함’, ‘상기 내용은 누구의 강요나 회유, 억압 없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음을 확인하며, 향후 이와 관련하여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재판부는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 확인서는 원고가 피고가 아닌 B보험사에 대해 작성해준 것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으면서 보험사가 미리 마련한 확인서 양식을 활용해 작성한 것인 점, 원고가 지급받은 금액은 보험사와 피고가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상한도액에 해당하는 금액인 점, 원고가 이 사고로 인해 2019년 12월 12일까지 지출한 치료비만 743만원이므로 원고가 지급받은 보험금 100만원은 원고의 손해를 전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점, 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상해 정도나 피해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B보험사를 상대로 이 사고와 관련한 추가적인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넘어 피고에 대한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거나 피고와 부제소 합의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북구청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했다.

재판부는 “추락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 운동기구의 특성상 이용자로서도 운동기구를 이용함에 있어 위험성을 고려해 이용방법을 제대로 숙지한 후 주의를 기울여 기구를 이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점, 사고는 원고의 자율적인 판단 하에 운동기구를 이용하다가 발생했고, 원고의 이용상 부주의가 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던 점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의 책임비율을 4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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