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외벽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로프가 끊어지면서 20층에서 추락사한 안타까운 사건에서, 법원은 도급업체에 벌금형, 현장소장 및 하도급업체 대표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건설업체 A사는 2021년 9월부터 한 아파트 내외부 균열 보수 및 재도장 공사를 6억원에 도급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B씨는 현장소장으로 공사현장 책임자다.

건설업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A사로부터 아파트 외벽 고압세척 및 유리창 물청소를 2000만원에 하도급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C씨는 2021년 9월 8일 아르바이트 대학생 D씨(피해자) 등 소속 근로자에게 달비계를 이용해 아파트 외벽 고압세척 및 유리창 물청소 작업을 하게 했다.

그런데 작업 중 섬유로프가 하중을 견디기 못하고 파단돼 D씨가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D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재해조사 의견서에서 “피해자가 작업 중 파단된 작용용 로프는 반복적인 마찰 또는 마모에 의해 파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D)는 추락방지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추락했다.

검찰은 A사 현장소장 B씨와 하도급업체 대표 C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사 법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피해자가 추락방지대가 포함된 안전대를 착용했는지, 추락방지대를 구명줄에 연결했는지, 작업 시 섬유로프가 손상 등의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A사와 현장소장 B씨는 “파단된 작업용 로프가 손상의 위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인에게는 안전조치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C씨는 “주의의무 위반이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지난 3월 22일 건설업체 A사에 대해 벌금 1000만원, 현장소장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하도급업체 대표 C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먼저 C씨에 대해 전범식 판사는 “피해자가 작업 중 파단된 작업용 로프(섬유로프)는 반복적인 마찰 또는 마모에 의해 파단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피고인은 작업용 로프의 점검을 근로자에게 맡겨 놓았을 뿐 작업용 로프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이를 점검하도록 지시하거나 교육하는 것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전범식 판사는 “피고인은 평소 작업 현장에서 작업용 로프의 점검, 추락방지대의 착용 및 체결 확인과 관련한 안전조치의무를 소홀히 했고, 피해자가 추락해 사망한 날에는 작업반장 등에게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이유로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사업주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했고, 그로 인해 근로자인 피해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건설업체 A사와 현장소장 B씨에 대해 전범식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달비계 작업시 작업용 로프의 상태를 확인해 근로자의 추락 등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는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 도급인이 준수해야 할 안전조치의무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 전범식 판사는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로 로프공 일을 하던 대학생인 피해자가 사망해 피고인들의 책임이 중하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범식 판사는 “피고인 A건설업체는 이미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B씨와 C씨의 동종 범죄 전력 등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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