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비업자가 경비원에게 음식물쓰레기통 세척, 재활용 분리수거 등 비경비업무를 시킬 경우 경비업자 허가를 취소하는 현행법은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사는 주택관리업, 경비용역업, 시설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5년 7월 경비업법에 따라 경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시설경비업 가를 받은 경비업자다.

아파트
아파트

A사는 2016년 11월 김해시에 소재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공동주택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위탁관리업무를 했다.

A사는 B씨를 경비원으로 고용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이 아파트에 근무하면서 경비업무 외에 음식물쓰레기통 세척, 재활용 분리수거, 택배관리, 주변환경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경상남지방경찰청장은 2019년 9월 30일 A사에 대해 경비업법 제7조 제5항을 위반해 경비원 B씨를 경비업무 외 업무에 종사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경비업 허가 취소처분을 통지했다.

이에 A사는 경남경찰청을 상대로 경비법 허가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하고, 재판 계속 중 경비업법 제7조 제5항 등이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창원지법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20년 12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경비업법 제7조(경비업자의 의무) 제5항은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9조(경이업 허가의 취소 등)는 “허가관청은 경비업자가 제7조 5항의 규정에 위반해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때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의 의견으로 경비업자에게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비업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비업법 제7조 제5항 중 ‘시설경비업무’ 부분과 제19조 제1항 제2호 중 ‘시설경비업무’에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먼저 “심판대상조항은 시설경비업을 허가받은 경비업자로 하여금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비업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함으로써 시설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에 전념하게 해 국민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다만 비경비업무의 수행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직접적으로 해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경비업무의 전념성이 훼손되는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비업자가 경비원에게 비경비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 경비업자가 허가받은 시설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때에는 필요적으로 경비업의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경우에조차 경비원에게 비경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만 하면 허가받은 경비업 전체를 취소하도록 하여 경비업을 전부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봤다.

헌재는 그러면서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시설경비업을 수행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헌법불합치 결정과 적용중지 명령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비경비업무의 수행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해치는 경우마저 경비원의 비경비업무 수행이 허용되며, 경비업자가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경우에도 경비업 허가를 취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2024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적용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 유남석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합헌’ 반대의견

3명의 재판관들은 “경비업제도는 경비대상에 대한 위험을 예방적ㆍ방어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적ㆍ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비원의 비경비업무 수행 자체를 허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지나친 제한으로 볼 수 없으며, 경비업 허가에 대한 임의적 취소나 영업정지 등의 방법만으로는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훼손되는 상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또한 경비업법 제15조의2 제2항, 제19조 제1항 제7호 등은 경비원이 불법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항들로 이를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볼 수 없으며, 경비업자가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 중 일부에 경비원을 종사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의 개정 역시 현실을 고려한 것일 뿐, 이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은 아닌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의 정도가 경비업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유지해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해 중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시설경비업을 수행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의견을 개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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