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의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김용민 국회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2020년 12월 검사의 직무권한에서 범죄 수사권한을 제외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형사사법체계를 개편하려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 국회의원도 2022년 4월 15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1인의 찬성자와 함께 검찰청법 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 개정법률안 원안들은 2022년 4월 18일 개회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법사1소위)에서 처음 심사됐다.

2022년 4월 20일 무소속 법사위 양향자 위원이 개정법률안 원안들의 추진 방식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 소속 법사위 민형배 위원은 같은 날 민주당을 탈당했다.

2022년 4월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들은 검사의 수사권 제한에 관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 국회의장과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는 등 총 8개의 항목에 관한 합의문(국회의장 여야 합의문)을 작성했다.

4월 26일 개회된 제6차 법사1소위에서 위 개정법률안 원안들을 폐기하고 민주당안을 기반으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대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대안)을 법사위 위원회 안으로 제안하기로 하는 의결이 이루어졌다.

같은 날 국회(임시회) 제3차 법사위 전체회의가 개회되었고 개정법률안들이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국민의힘 6인이 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전체회의가 정회되었다. 법사위 전체회의가 정회된 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들, 법사위원장, 유상범ㆍ전주혜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실에 모여 조정안 도출을 위한 논의를 했고, 합의한 부분에 대하여는 협의안을 마련했다.

법사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김남국, 김진표, 이수진 위원과 국민의힘 유상범ㆍ전주혜 위원, 무소속 민형배 위원을 각 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날 법사위 조정위원회가 개회되었고, 개정법률안이 상정돼 조정안으로 의결됐다.

2022년 4월 27일 밤 12시경 제4차 법사위 전체회의가 개회되었고, 법사위원장은 이 사건 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표결에 부쳐 법사위 법률안으로 가결 선포했다.

이에 유상범ㆍ전주혜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개정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했다.

2022년 4월 27일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개의되었고, 국회의장은 이 사건 검찰청법 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국회법에 따라 무제한 토론을 실시했다. 본회의 도중 수정안(검찰청법 수정안, 형사소송법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유상범ㆍ전주혜 의원은 2022년 4월 29일 법사위원장의 개정법률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와 국회의장의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상정행위 등으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후인 2022년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법률안과 수정안이 상정돼 검찰청법 수정안이 가결되었고, 2022년 5월 2일 정부로 이송됐다.

또한 형사소송법 개정법률과 수정안도 2022년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무제한토론이 이루어졌고, 2022년 5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수정안이 가결돼 정부로 이송됐다. 이 사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2022년 5월 9일 공포됐다.

유상범ㆍ전주혜 의원들은 2022년 6월 9일 법사위원장이 개정법률안을 상정해 가결선포한 행위와 국회의장이 검찰청법 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가결선포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및 무효확인청구, 이 사건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청구취지를 변경했다.

이번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를 정리하면 이렇다.

법사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국회 제4차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을 가결선포한 행위가 유상범ㆍ전주혜 위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및 무효 여부다.

그리고 국회의장이 2022년 4월 30일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수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와 2022년 5월 3일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수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가 청구인(유상범ㆍ전주혜)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및 무효 여부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대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법률안으로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받아들였다.

법사위원장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침해확인 청구에 대해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4명은 기각했다. 반면 이미선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5명은 인용 결정했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 청구를 인용한 재판관 다수 법정의견은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안건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원장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에 대해서는 유남석ㆍ이석태ㆍ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 5명은 기각했다. 반면 이선애ㆍ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 재판관 4명은 인용했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 재판관 다수 법정의견은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미선 재판관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는 인정되나, 그 정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전면 차단돼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국회의 형성권 존중해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한다”고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대안)의 가결 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청구 및 국회의장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국회의장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침해확인 청구에 대해 유남석ㆍ이석태ㆍ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 5명은 기각했다. 반면 이선애ㆍ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 재판관 4명은 인용했다.

이와 관련 다수 재판관의 법정의견은 “국회의장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수 의견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하여 위헌ㆍ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고,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되어 무제한토론이 종결되었으므로, 무제한토론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법정의견은 “이 사건 수정안은 법사위에서 실제 논의되었던 사항이 포함된 것이므로, 원안과의 직접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적법한 수정동의”라며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더해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에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받았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의장 가결선포행위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유남석ㆍ이석태ㆍ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 5명은 기각했다. 반면 이선애ㆍ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 재판관 4명은 인용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