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화손해보험사가 전문의 장해진단을 받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주장하다가 패소했다.

이번 사건은 사고 발생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다가 전문의로부터 장해진단을 받았다면, 보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전문의 장해진단을 받은 때부터 진행된다는 법원 판결이다.

통상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며,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경과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이에 보험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시작점)은 보험사들과 보험소비자 분쟁의 중요 부분이다.

전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다가 2020년 2월 전문의로부터 천추(척추의 끝부분) 말단의 변형으로 척추에 약간의 기형이 남아있다는 장해진단을 받았다.

한화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장해진단을 받은 A씨는 한화손해보험사에 보험금 1800만 원을 청구했다. 그런데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금청구 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 정선오 판사는 최근 A씨가 한화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사는 A씨에게 1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A) 승소 판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전주지방법원(전주지법)
전주지방법원(전주지법)

이 사건은 A씨가 청구한 소송가액(소가)이 1800만 원으로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이어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정선오 판사는 판결문에 대법원 판례를 찾아 꼼꼼하게 언급하며 판단했다.

정선오 판사가 적시한 2021년 2월 4일 대법원 판결(2017다281367)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며 “그렇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내용이다.

대법원은 “그러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선오 판사는 또 다른 대법원 판결(2011다93032)도 인용했다.

대법원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약관 등에 의해 보험금청구권의 행사에 특별한 절차를 요구하는 때에는 그 절차를 마친 때, 또는 채권자가 그 책임 있는 사유로 그 절차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한 절차를 마치는데 소요되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무엇인지와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는데 특별한 제한이 있는지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짚었다.

정선오 판사는 이렇게 2개의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춰볼 때, A씨가 사고 발생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다가 전문의로부터 천추 말단의 척추에 약간의 기형이 남았다는 장해진단을 받은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한화손해보험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정선오 판사는 한화손해보험사에게 A씨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지연이자와 소송에 따른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정선오 판사가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소액사건 임에도 판결문에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판결이유를 밝혀서인지, 1심에서 패소한 한화손해보험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2022년 11월 확정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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