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에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불법의 정도가 경미한 사안에서 판사가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규정한 성폭력처벌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3조 1항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사람이 동시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죄(주거침입강제추행죄,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낸 법원들 및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주장은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는 행위 유형이 다양하고 경중의 폭이 넓어 매우 경미한 경우가 많음에도, 심판대상 조항은 주거침입강간죄 및 주거침입유사강간죄와 동일하게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 이상으로 높게 정해 정상 참작 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이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2월 23일 성폭력처벌법 제3조 1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전국 법원 재판부 25곳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과 피고인 7명의 헌법소원심판사건을 병합 심리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경우는 일상적 숙식의 공간인 좁은 의미의 주거에 대한 침입에 한정되지 않으며, 행위자가 침입한 공간이 일반적으로는 개방돼 있는 건조물이지만 관리자의 묵시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경우도 포함되는 등 그 행위 유형의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또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에서 문제 되는 ‘추행행위’에는 ‘강간ㆍ준강간’ 및 ‘유사강간ㆍ준유사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으며, 유형력 행사의 대소강약이 문제되지 않는 ‘기습추행’이 포함되는 등 행위 유형이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처럼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한바, 이들이 결합된다고 하여 행위 태양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5년’으로 정했던 2020년 5월 19일 개정 이전의 옛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과 달리 그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정함으로써,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에는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에 따라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불법과 책임의 정도가 아무리 경미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으면 일률적으로 징역 3년 6월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밖에 없게 돼,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된다”고 봤다.

헌재는 “주거침입죄를 범한 사람이 그 기회에 성폭력범죄를 행하는 경우는 전반적으로 불법과 책임이 중하게 평가되고,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행위 중에서도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한 경우 못지않게 죄질이 나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며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무기징역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불법과 책임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법관의 양형 재량은 입법자가 정한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지만, 법관에게 양형 재량을 부여한 취지는 개별 사건에서 범죄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도록 해 형벌개별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그런데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의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형벌이 구체적인 책임에 맞게 개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획일화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관의 양형을 전제로 하는 법정형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법관의 양형과정을 통한 형벌개별화에 대한 제약이 지나치게 커지면, 법원의 재판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 등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범죄의 성립 범위에 대한 자의적인 법해석과 적용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집행유예는 재범의 방지라는 특별예방의 측면에서 운용되는 대표적인 제도인데, 심판대상조항은 경미한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에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 특별예방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고 봤다.

헌재는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한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의 경우 다양한 추행행위 중 그 불법과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의 집행을 유예하더라도 재범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개별 사건에서 법관 양형은 재범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까지 두루 고려해 행위자의 책임에 걸맞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했고,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 이선애 헌법재판관 별개의견 - 위헌

한편 이선애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 더해 별개의견을 내고 “심판대상조항의 입법과정에 관해서는 국회의 회의록 등 공개된 입법자료와 사실조회 결과를 통해 볼 때,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2항의 ‘특수강도강간죄’와 혼동한 나머지 실제 심의대상이 되는 같은 조 제1항의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에 대한 심의는 하지 않은 채, 법정형을 상향하도록 의결했다는 사정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선애 재판관은 “즉, 심판대상조항의 입법과정에는 ‘주거침입강제추행ㆍ준강제추행죄’에 대해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5년에서 징역 7년으로 상향하는 법률안의 내용’에 대한 의견 수렴과 명시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죄질이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혼동으로 인해 그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토론에 의한 심의가 누락된 채 의결됐다는 오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입법과정에서 형벌체계상 균형과 직결되는 법정형의 하한에 대한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비교에 관해, 죄질이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혼동으로 인해 심의를 누락한 채, 성폭력범죄의 체계상 균형을 범행 주체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의결했다는 중대한 오류가 존재한다”며 “이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형벌체계의 균형을 현저히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