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무부가 2021년 변호사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응시를 제한한 조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법무부장관은 2020년 9월 18일 ‘2021년도 제10회 변호사시험 실시계획 공고’를 하면서 제10회 변호사시험의 시험기간을 2021년 1월 5일부터 9일까지로 정했고, 이OO씨 등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었다.

법무부장관은 2020년 11월 20일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ㆍ장소 및 응시자준수사항 공고’와 2020년 11월 23일 ‘코로나19 관련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유의사항 등 알림’을 하면서,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 및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했다.

이씨 등 6명은 2020년 12월 29일 “법무부 공고 및 알림이 직업선택의 자유, 건강권 및 생명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동시에 위 사건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공고 및 알림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 4일 법무부 공고 및 알림 중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 및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한 부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헌재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확진자도 제10회 변호사시험(변시)에 응시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변호사시험에서 코로나 확진환자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 및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한 법무부 공고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시험장 이외에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 등 입원치료를 받거나 격리 중인 곳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면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확진환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시험장과 감독관 등의 인원이 준비된 이상, 신청 기한 이후에 발생한 자가격리자에 대해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보이지 않고, 그렇게 하더라도 시험의 운영이나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법무부를 지적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운영 및 관리의 편의만을 이유로 신청기한 이후에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람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법무부장관은 시험장 출입 시나 시험 중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발현된 사람을 일반 시험실과 분리된 예비 시험실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감염병 확산 방지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염병 증상이 악화된 응시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험을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이송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처럼 응시자의 의사에 따라 응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더라도 시험의 운영이나 관리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시험장 개수가 기존 전국 9개에서 25개로 확대됨으로써 응시자들이 분산되고, 시험장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함으로써 대화 등 비말이 전파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감염 전파의 위험이 있는 자가격리자나 유증상자는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등 시험장에서의 감염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마련된 사정을 고려할 때, 법무부장관으로서는 시험 중에 확진환자가 발생하더라도 그 수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청구인들을 비롯한 응시자들의 시험 응시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헌재는 “감염병의 유행은 일률적이고 광범위한 기본권 제한을 허용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고,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하여 의료자원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확진환자 등의 시험 응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만 응시할 수 있고, 질병 등으로 인한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 사건 응시 제한으로 인해 확진환자 등은 적어도 1년간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므로 그에 따라 입게 되는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 응시제한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이선애 헌법재판관 별개의견

한편, 이선애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개진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변호사시험의 공고에 필요한 사항, 응시자격 및 응시 결격사유, 응시 제한사유 등에 관해 정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등 관련 법령의 내용을 고려할 때, 법무부장관은 변호사시험의 실시를 공고하면서 법률에서 규정한 응시자격을 구체화하거나 기타 변호사 업무와 관련된 자격을 정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밖에 변호사 업무능력의 검정과 관련성이 없는 전혀 새로운 응시자격이나 결격사유를 창설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선애 재판관은 “법무부장관이 임의로 확진환자 등을 변호사시험 응시결격자로 지정해 일률적으로 시험 응시를 제한할 법률상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이러한 추가적인 응시결격사유의 창설은 변호사시험법상 응시자격 및 응시결격 사유를 열거한 내용에 반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응시제한은 법률상 근거 없이 기본권을 제한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따라서 이 사건 응시제한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재는 시험장에서의 대규모 감염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시험장의 분산, 마스크 착용 등 각종 조치가 마련된 점, 그리고 확진환자가 입원치료를 받는 곳에서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거나, 자가격리자가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고위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험을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이송을 요청하도록 하는 방법 등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감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고 시험을 원활하게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법무부장관이 막연한 염려를 이유로 확진환자 등의 시험 응시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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