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보험사들이 진료기록 자문의 혹은 감정의 의견을 토대로 질병을 앓고 있는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빈번한 가운데, 법원은 ‘감정의’ 보다 ‘담당 주치의’ 진단을 질병의 중요 판단 근거로 인정하고 있다.

MG손해보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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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8월 MG손해보험사와 보험사고를 뇌경색증 등의 진단확정, 보험금을 2000만 원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70대 여성)는 2020년 6월 우측 팔에 힘이 빠져 리모콘을 놓치고 우측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등의 증상이 있어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담당 주치의는 A씨로부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자세한 병력을 청취한 뒤 brain MRI(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했는데 왼쪽 내피 시상에서 병변을 관찰했다.

의사는 검사를 토대로 2020년 7월 21일 A씨에게 발생한 질병이 뇌경색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A씨는 “뇌경색증 확정진단을 받았다”며 MG손보에 보험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MG손해보험은 A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제3의료기관의 의료자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보내며 거부했다.

이에 A씨가 뇌경색 진단비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MG손해보험은 “A씨에게 발생한 질병은 뇌경색증이라기보다는 보험금 지급사유로 규정되지 않은 뇌허혈발작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험금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민사소액11단독 서동원 판사는 2022년 1월 “MG손해보험은 A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A) 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MG손해보험사가 항소했다. A씨도 소송대리인으로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正 대표)를 선임하며 대응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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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8일 A씨가 MG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MG손해보험은 A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소송비용도 A씨에게 1/20을, MG손해보험사에 나머지를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MG손해보험은 보험금, 소송비용뿐만 아니라 A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늦게 하는 것에 대한 지연이자도 줘야 한다.

재판부는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뇌의 임상적 유관부위의 경색을 동반하지 않는 신경학적 기능장애인 반면 뇌경색증은 뇌의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경색에 의해 발생되는 신경학적 기능장애로서, 24시간 이내에 신경학적 이상이 회복된 경우 일과성 뇌허헐발작으로 분류되나, 한편 24시간 이내에 신경학적 이상이 회복되더라도 MRI 검사결과 연관된 병변이 확인된 경우 뇌경색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감정촉탁회신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우측 팔에 힘이 빠져 리모콘을 놓치고 우측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등의 증상이 있어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대학병원 담당 주치의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자세한 병력을 청취한 뒤 원고를 상대로 brain MRI(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했는데, 왼쪽 내피 시상에서 병변을 관찰한 점, 의사가 검사를 토대로 원고에게 발생한 질병이 뇌경색증이라고 진단했고, 이런 진단이 보험계약 보통약관에서 정한 진단확정 방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뇌경색증 등의 진단확정을 보험사고로 해 MG손해보험 뿐만 아니라 우체국보험, 흥국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우체국보험과 흥국생명보험은 원고에게 발생한 질병이 뇌경색증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비록 1심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가 원고에게 발생한 질병이 뇌경색증이 아니고 일과성 뇌허혈발작이라는 취지로 감정했으나, 감정의가 원고의 질병이 일과성 뇌허혈발작이라고 확정적으로 감정한 것이 아니고, 일과성 뇌허혈발작에 가까워 보인다는 취지로 감정한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의사(B)의 뇌경색증 진단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충분한 검사를 한 뒤 충분한 근거를 갖추고 진단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 발생한 질병이 뇌경색증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MG손보)는 원고에게 보험금 2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A씨를 대리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정지웅 변호사는 “A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우체국보험과 흥국생명보험에서는 뇌경색 진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했는데, MG손해보험은 항소심까지 진행하며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다퉜다”고 비교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할머니 A씨를 대리하며 재판부에 국내외 논문을 증거로 제시하는 등 성실하게 소송을 진행해 거대보험사를 상대로 승소를 거두었다는 점에 변호사로서 보람이 있다”며 “함께 소송을 진행한 변혜연 변호사(법률사무소 正)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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