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신호대기로 정차하던 택시가 녹색 신호에 출발했다가 횡단보도의 적색신호에 길을 건너던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충격한 사고에서 법원은 택시기사에게 잘못을 인정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직후라면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를 완전히 횡단하지 못한 어린이가 있는지, 무단횡단을 하는 어린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다.

횡단보도
횡단보도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2022년 5월 26일 오후 3시경 양산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편도 2차로 도로 중 2차로에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다고 출발하게 됐다.

그런데 A씨는 마침 진행 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B(12)군 운전의 자전거를 택시의 앞 범퍼로 충격했다. 이 사고로 B군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택시기사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로 B군이 운전하던 자전거를 충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발생에 자신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를 준수해 운행했고, 횡단보도의 보행자 적색 정지신호에서 B군이 건너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울산지법 홈페이지
울산지법 홈페이지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배 부장판사)는 2월 3일 A씨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며 유죄를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점, 사고 발생시각은 하교 무렵이어서 피해자와 같은 어린이들의 이동이 빈번했던 점, 성인에 비해 지각능력과 상황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의 가능성이 더 높은 점을 감안하면, 사고 지점을 운행하는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직후에도 어린이가 횡단을 시도할 수 있음은 예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더욱이 영상에 의하면, 택시가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다가 전방 차량신호가 녹색으로 변경돼 출발하기 시작할 무렵 이미 피해자가 운전하는 자전거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사고 당시가 주간이고 맑은 날씨로서 택시 주변이나 도로 주변에 피고인의 시야를 방해할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택시를 출발시키기 전에 좌우를 살펴 이미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봤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짚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전방 및 좌우 주시 의무를 게을리 하는 등의 과실로 어린이인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충격해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것으로, 교통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가중처벌조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보행자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에 진입한 피해자의 과실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택시는 공제조합에 가입돼 어 조합에서 피해자 측에 치료비 상당액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등의 양형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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