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암환자가 수술 후 항암 방사능 치료를 하지 않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보험사들은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는데, 최근 요양병원에 입원해 권유하는 치료를 받은 암환자에게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1심과 항소심(2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암입원 보험금을 받지 못해 보험사들과 분쟁을 겪어야 했던 보험계약자들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유리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교보생명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97년 12월과 1998년 5월에 교보생명보험사와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에서 정한 암입원급여금은 3일을 초과하는 입원치료일수 1일당 10만원이고, 암간병자금은 30일을 초과하는 입원치료일수 1일당 5만원이다.

그런데 A씨는 1999년에 위암이 발병돼 B병원에서 위 절제술을 받았다. 2018년에는 B병원에서 갑상선암 진단에 따른 갑상선 절제술 및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A씨는 위 절제술을 받은 후 수술 전에는 44~47㎏ 정도 나가던 체중이 37~38㎏에 불과하게 될 정도로 체력이 약화되고, 철 결핍성 빈혈과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어지러움, 피곤, 식욕부진, 소화불량, 전신쇠약 등의 증상을 보였다.

A씨는 2018년 2월 7일부터 4월 3일까지 56일 간 요양병원에 입원해 갑상선호르몬제 투약 및 항악성종양제인 ‘압노바’ 피하주사, 숯요법, 광선ㆍ온열요법 등의 건강회복 프로그램 수행, 식이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다.

또한 2018년 4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52일 간 이 요양병원에 다시 입원해 같은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므로 108일의 입원일수 중 3일을 초과하는 105일 동안의 암입원급여금과 30일을 초과하는 78일 동안의 암간병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교보생명이 거부하자 A씨는 보험계약 1건당 1440만원(하루 10만원 105일, 하루 5만원 78일)씩 합계 288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보험은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의 치료’란 기본적으로 종양이 잔존하고 있음을 전제로 잔존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입원’이란 종양이 잔존하고 있음을 전제로 잔존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종양 약물치료 등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암이나 암 치료 후 발생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입원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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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해근 판사, 소액사건에 판결이유 설시해 주목…판결내용도 ‘명판결’ 평가 받아

이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시법원 소액2단독 조해근 부장판사는 2021년 10월 A씨가 암입원급여금 등 보험금을 달라며 교보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한다.

먼저 이 사건은 소송가액(소가)이 2880만원으로 3000만원이 되지 않아 ‘소액사건’으로 분류되기에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설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조해근 부장판사는 “교보생명은 원고에게 보험계약으로 인한 보험금 288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판결이유’를 판결문에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조해근 부장판사의 판결내용에 대해 보험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와 보험 관련 단체 활동가는 “명판결”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왜냐하면 보험사들은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라며 암입원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고 그런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조해근 판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암환자에게도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조해근 판사는 판결문에서 “암의 완치 여부는 현대의학으로도 쉽사리 판별할 수 없고, 짧게는 5년, 일반적으로는 10년 이상이 지나야 완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또한 암의 치료법으로는 현대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정형화된 방법이 있으나, 치료법이 완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방법이 절대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해근 판사는 “따라서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란 병소가 명확하게 드러난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암 병소에 대한 치료도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해근 판사는 “원고는 갑상선 전절제술 후 퇴원하면서 방사성동위원소에 의한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병소가 명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치료법만이 유일한 치료라고 할 수 없다”며 “객관적으로 반드시 수술 등이 필요한데도 이를 거부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암에 대한 치료방법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부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생명의 상실과 같은 불이익은 환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해근 판사는 “한편,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는 입원일수에 내부적인 제한을 두고 입원치료가 계속 필요한 환자에게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퇴원을 사실상 강요하는 사례가 있고, 이런 경우 수술 후의 후유증에서 회복하지 못한 환자는 요양병원 등의 의료기관으로 이동해 회복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병원의 입원 실례를 짚었다.

조해근 판사는 “또한 일반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퇴원이 가능한데도 스스로 입원을 선택해 장기 입원을 계속하기보다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만 입원을 하려고 하므로, 보험금 편취 등의 목적으로 불필요한 입원을 계속한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오히려 보험자인 보험회사가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근 판사는 그러면서 “이런 점을 종합해 판단하면, 원고의 입원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계약으로 인한 보험금 288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 항소심 재판부도 “교보생명은 A씨에게 암입원 보험금 지급하라” 판결

그러자 교보생명보험은 “A씨는 2018년 1월 갑상선암 절제술을 시행한 이후 2018년 2월 7일부터 4월 3일까지 및 4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요양병원에 입원하기는 했으나, 이는 갑상선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보험사는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의정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2022년 12월 1일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며 교보생명보험사에게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요양병원 입원은 갑상선암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8년 1월 B병원에서 갑상선암 절제술을 시행한 직후 B병원은 암이 주변 조직으로 침투되었음을 전제로 방사선 치료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원고의 체력저하 등을 이유로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며 “즉, 원고의 갑상선암은 절제술로 치료가 완료된 것이 아니었고, 그 이후에도 암의 성장을 막기 위한 추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요양병원 입원기간 동안 압노바 주사를 맞았는데, 압노바 주사는 항악성 종양제로 종양수술 후 재발을 예방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입원기간 동안 원고가 받은 치료는 갑상선암 성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더군다나 원고가 갑상선암 절제술 시행 직후 체력이 매우 약화되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압노바 주사를 맞고 기타 치료를 받기 위한 입원의 필요성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 입원 당시 요양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에도 갑상선암의 치료를 위해 입원한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고, 원고는 입원 기간 중 치료비에 관해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암환자산정특례를 적용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심 조해근 판사와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소송비용과 관련해 “교보생명보험에게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지 않아 2022년 12월 20일 판결이 확정됐다. 따라서 이번 의정부지법 항소심의 ‘요양병원 암입원 보험금 지급 판결’은 대법원 판례로 남지 않았다.

◆ 보험단체 활동가 “보험계약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판결…변호사가 명판결이라고”

이번 판결과 관련해 보험 피해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는 14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보험사들은 항암 방사능 치료 없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들은 그냥 요양을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있는 것이지,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암입원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게 기조였다”며 “그러면서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보험사에 유리한 판결들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활동가는 “암환자의 경우 수술로 암을 제거한 상태에서의 치료인 ‘근치적 치료’와 암을 제거하지 않고 현상유지하는 ‘고식적 완화치료’ 이렇게 치료법이 있다. 보험사의 암입원 보험금은 근치수술을 한 이후의 입원치료에 대해서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를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활동가는 “하지만 어떤 암환자는 암수술을 한 이후에 항암 방사능 치료를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왜냐하면 항암 방사능이 부작용이 심하니까 환자의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 권유를 받았음에도 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권하는 여러 가지 암치료를 받은 것을 그동안 보험회사들은 모두 부정해왔다”고 지적했다.

활동가는 “그런데 이번 조해근 판사와 의정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요양병원에서의 치료도 인정을 해준 것이다. 그래서 보험전문 변호사가 명판결이라고 한다”며 “지금까지의 보험사들의 기조를 전부 뒤집어 준 것이다. 최근 판결 중에 보험계약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활동가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요양병원에서 항암 방사능 치료가 없는 건인데,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암입원 보험금 지급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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