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에 더해 소송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5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자녀인 B를 피공제자(피보험자), 자신을 수익자로 해서 공제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B씨는 2020년 7월 자신의 주거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사망했다.

이에 A씨는 “망인(B)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자살한 것이므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망인의 사망은 공제계약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하므로,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제계약 제14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중에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공제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A씨는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 대표변호사)를 선임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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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3단독 이미경 판사는 지난 1월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미경 판사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고, 정황들에 대한 증거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법원은 이러한 의학적 소견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망인(B)은 2015년 6월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불면, 불안, 망상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그때부터 망인이 사망하기 이틀 전까지 병원에서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범불안장애, 불면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또한 2018년 6월 망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2019년 3월 망인이 패소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됐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경 판사는 “망인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위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주 호소했는데, 망인이 사망하기 이틀 전의 진료기록부를 보면 사망 즈음 망인이 소송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소속 진료기록 감정의 또한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망인은 만성적인 우울증과 충동성, 자살 사고 가능성 지속 등 정신건강의학과적 질병에 따른 취약성이 있었고, 사망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태로 보이며 이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판단력 손상이 동반됐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미경 판사는 “법원의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망인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에 더해 민사소송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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