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음주 후 집에 들어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었다가 숨진 사건에서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의 자살이라며 그리고 중요사항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법원은 자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망인이 고지의무도 위반한 것이 없다며 유족의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유족에게 승소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월 미래에셋생명보험사와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해서 보험계약(1차)을 체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에도 사망보험금 2차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2020년 7월 자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망인(A)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혈액에서 졸피뎀이 걸출됐다. 국과수는 혈액에서 졸피뎀이 양성이고, 혈액에서 독성 농도를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혈액 알코올농도가 0.163%이어서, 상승작용에 의한 졸피뎀 독성 증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망인이 졸피뎀 음독에 의한 중독사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졸피뎀은 불면증 등에 사용되는 단시간수면제로 알려져 있다.

A씨의 어머니(B)는 2020년 10월 미래에셋생명보험사에 보험금지급을 청구으나 거절당하자, 2021년 1월 다시 보험금지급 청구를 했다. 1차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은 5000만원이고, 2차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은 8678만원이다.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미래에셋생명보험사는 B씨에게 사망보험 해지환급금으로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해 13만원, 2차 보험계약과 관련해 54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B씨는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 대표변호사)를 선임해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맞서 보험금 1억원 청구소송을 냈다.

B씨는 “망인은 귀가 후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이 들고자 수면제를 복용하게 됐는데, 귀가 전 음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졸피뎀의 독성 증가 작용이 발생해 사망한 것인바, 망인의 사망은 예견치 못하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로 망인이 자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미래에셋생명보험은 보험금수익자인 원고에게 사망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보험사는 “망인은 우연한 사고로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라, 고의로 자살한 것”이라며 “이는 피보험자(A)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는 피보험자(A)가 보험기간 중 사망한 경우 보험금 지급기준표에 따른 보험금을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되,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

미래에셋생명보험은 또 “망인은 평소 수면제를 소지하고 다니며 복용하고, 고혈압과 불면증으로 계속적으로 투약과 치료를 받아왔으며, 1주일 기준 음주 횟수가 3~5회 이상, 음주량은 소주 3병이었음에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에 관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고지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9단독 유정훈 판사는 최근 어머니(B)가 망인이 사망보험을 체결한 미래에셋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고혈압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유정훈 판사는 “망인은 2016년 수면장애와 불안증으로 치료를 받았고, 고혈압으로 측정된 것에 대해서는 의사로부터 수면장애와 불안증에 따른 일시적 혈압상승으로 보여 추후 혈압을 체크해보라는 소견을 받았을 뿐이며 수면장애와 불안증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았을 뿐, 당시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거나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유정훈 판사는 이어 “건강검진시 망인이 고혈압을 이유로 정밀검사나 재검사를 권유받은 사실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고혈압으로 질병확정진단을 받았다거나 치료 또는 투약을 한 사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고혈압에 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정훈 판사는 “망인은 음주상태에서 졸피뎀을 복용함으로써 사망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이 고혈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며 “이러 사정에 비춰 볼 때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고혈압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보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미래에셋생명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주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유정훈 판사는 “보험계약청약서에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란 아래에 음주와 관련해 망인이 1주일 3회, 소주 1병으로 기재했다”며 “망인의 기재는 상법 제651조에서 고지의무의 대상으로 정하고 잇는 ‘중요한 사항’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수면제 상시복용에 대해서도 유정훈 판사는 망인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생명보험사는 면책 주장을 했으나, 유정훈 판사는 “망인이 상당량의 음주를 한 상태로서 음주 후 수면제 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별다른 지식 없이 졸피뎀을 복용함으로써 우연히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지인들 역시 망인이 자살할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진술서들을 제출한 점,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도 않았고 자살한 것으로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고는 보험계약의 약관 및상법상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패소한 미래에셋생명보험에서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이 확정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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