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수도관 동파로 흘러넘친 물이 얼어붙어 입주민이 아파트 계단서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사건에서 법원이 아파트 자치운영위원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했다.

아파트 계단
아파트 계단

울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2월 외출했다가 귀가하던 중 아파트 1층 우편함을 확인하기 위해 아래 2층으로 내려가다가 계단 얼음에 미끄러져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가서 아파트 빙판길에서 넘어졌다고 하면서 어깨 등에 대한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은 A씨에게 갈비뼈 골절 등을 설명하고 입원을 권유했다.

A씨는 다음날 병원을 방문해 전날 수도관이 파열해서 계단이 얼었는데 미끄러져 넘어졌고 어깨, 손목, 가슴이 아프다면서 진료 후 5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한파가 이어져 이 아파트 세대 중 40가구에서 수도관이 동파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상수도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돗물을 조금씩 흐르게 틀어놓았고, 이로 인해 역류한 물이 계단을 타고 흘러 계단에도 얼음이 얼어붙었다.

다른 입주민도 그 무렵 계단에서 미끄러졌고, 배상을 요구하는 두 건의 미끄럼 사고에 대해 아파트 주민총회에서 차후 예방을 위한 재난배상보험 가입 여부가 논의되기도 했다.

사고 당시 A씨가 미끄러진 계단 부분에는 미끄럼 주의 경고나 안내문구가 없었고, A씨 보다 먼저 미끄러진 다른 입주민도 경비실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뿌려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또한 사고 당시 계단의 조명등은 수명이 다 돼서 잘 안 보일 정도로 희미했었는데, 이후 LED전구로 바뀌었다.

이에 A씨는 아파트 자치운영회가 얼음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아 상해를 입었다며 자치운영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법원 
법원 

항소심인 울산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자치위원회는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친 원고 A씨에게 2329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위자료 300만 원과 기왕치료비, 일실수입 그리고 손해배상액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사고 전후 한파로 아파트 배관이 여러 곳 동파됐고, 특히 입주민이 없었던 세대들에서 역류된 물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와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얼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류된 물이 아패 계단에 얼음으로 얼어붙고 있음을 안 피고로서는 더 이상 계단이 위험하게 되지 않도록 얼음 제거작업을 더욱 철저히 하는 한편, 입주민들이 위험한 계단을 내려 갈 경우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단에 밝은 전등을 설치했어야 했고, 복도나 계단에 미끄럼 주의 경고나 안내문구를 달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일 이러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원고가 더욱 주의를 기울여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비교적 가벼운 상해를 입는데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공용부분인 계단을 관리하는 피고는 얼음 제거작업을 사실상 입주민으로 하여금 하도록 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어두운 전등을 제때 바꾸지 않았으며 미끄럼 경고나 안내문구를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모든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아파트 해당 계단에 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러한 설치ㆍ보존상의 하자는 원고가 사고로 인해 입은 상해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파트의 책임을 제한했다.

다친 입주민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서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아파트에서 만 6년 이상 산 오랜 입주민으로서 평소 이 계단을 자주 오르내렸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전부터 한동안 지속된 한파와 이로 인한 누수, 얼음 등으로 낙상 사고 위험이 있고 특히 해당 계단 부분에 조명이 어두워 보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 관해 알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는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기여했다”며 “원고의 과실을 60%로 보고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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