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퇴근한 이후 입원환자가 사망하자 간호사에게 사망여부 확인과 사망진단서 작성을 지시한 의사와 그 지시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유족에게 발급한 간호사들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호스피스 의료기관에 종사하던 의사 A씨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 사이 외래진료나 퇴근으로 부재시 입원환자가 사망하면 간호사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자신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지시했다.

간호사들은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직접 환자들의 사망여부를 확인한 후 의사 A씨가 외래진료나 퇴근을 하면서 환자 진료일지에 미리 기재한 사망원인을 보고 A씨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대리 작성해 사망한 환자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줬다.

검찰은 A씨가 의료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교사한 것으로, A씨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 5명은 의료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호스피스 의료기관 운영자는 양벌규정에 따라 업무에 관해 소속 간호사들이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의사 A씨와 간호사 등 피고인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안 및 사망원인 등의 확인행위는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므로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따라서 간호사들이 한 행위는 간호사에게 허용된 의료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수단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
법원

하지만 2심(의정부지방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의사 A씨와 의료기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각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또한 간호사 5명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들에게 환자의 사망 징후를 확인하고, 나아가 사망진단서를 대신 발급하도록 한 행위 및 간호사들이 환자의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안 및 사망진단 역시 의사 등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며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의 규정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를 지켜 환자를 검안하고 검안서를 발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며 “환자와 환자 유족들의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해 검안 및 사망진단서의 신속한 발급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익이 의사 등으로 하여금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 등을 발급하게 하여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위해를 막기 위한 보건상 이익보다 크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등인데,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대법원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간호사들에게 사망 확인과 사망진단서 발급을 지시한 의사와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들의 의료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인 피고인들 환자에 대한 사망의 징후를 확인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사체검안 행위의 보조행위로서 의사가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 환자의 사망의 징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의사인 피고인(A)이 간호사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간호사들이 의사가 입회하지 않은 채 ‘환자의 사망의 징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ㆍ발급한 행위’는 사망을 진단하는 행위, 즉 사체검안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괄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호사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해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며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무면허 의료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 위반, 정당행위,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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