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노총ㆍ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ㆍ참여연대ㆍKT새노조는 5일 “횡령ㆍ정치자금법 위반 KT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시도, 부적절하다”고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행보를 촉구했다.

KT 광화문 신사옥
KT 광화문 신사옥

먼저 KT 이사회는 2022년 12월 28일 구현모 KT 대표이사를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후보로 추대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혀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를 암시했다.

발언하는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
발언하는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며 “구현모 대표이사는 과거 KT의 ‘상품권 깡’ 비자금 조성 및 국회의원 정치자금 불법 후원에 가담했으며, 이로 인해 KT가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과징금 630만 달러를 부과받았음에도 대표이사로서 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손실 보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한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KT 이사회의 결정은 이사의 선관주의ㆍ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국민연금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연금의 정치 도구화’를 운운하며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를 비난하기 바쁜 실정”이라며 “자격없는 구현모 대표이사의 이사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이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KT 등 지배구조 문제기업에 대해 단순 의결권행사를 넘어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결정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며 “주지하듯 구현모 대표이사는 KT의 비자금 조성 당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본인 명의 계좌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보내는 것을 묵과하는 등 정치인 불법 후원에 가담했고, 현재 이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중앙지검이 2021년 11월 구현모 KT 대표이사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 기소했으나, 구현모 대표이사는 법원의 벌금 1500만 원 약식 선고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다른 전직 임원 4명에게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돼 불법행위가 인정되었으며, 당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단체들은 “KT 이사회는 정관상 이사의 부적격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에만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활동에 대한 반박이나 면피가 될 수는 없다”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은 해당 회사와 관련한 횡령ㆍ배임 행위 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이미 2022년 KT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박종욱 안전보건 총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구현모 대표이사와 동일한 사유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적극적 주주활동 원칙에 따라 부적격한 KT 이사의 선임을 반대해 왔으며, 이번에도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 도구, 연금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지난 12월 취임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POSCO, KT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외부인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내부인을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셀프 연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처럼, 부적절한 대표이사 누적 연임 및 ‘내 사람 챙기기’ 등은 지배주주 부재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이번에 구현모 대표이사가 ‘셀프 연임’ 논란을 의식한듯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했지만, KT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ㆍ외 공모 및 심사 일정 등 계획을 공지하지 않아 시늉내기식 경선이었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심지어 2022년 들어 KT가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 등과 상호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 이들의 백기사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자기 편인 인물로 장악해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형해화하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기업을 사실상 사유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건전한 기업경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는 방만한 경영을 불러오고,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결정적인 독소가 돼 왔다”며 “이제는 이러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번 KT 사례에서처럼 합리적인 반대의결권 행사조차 정치적 행위 운운하며 온갖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소극적 행보가 일견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한 의결권행사는 결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 주주권행사의 동의어가 될 수 없으며,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통상 연말연초에 열리던 기금운용위원회가 감감무소식인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행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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