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로리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2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대표)으로 인해 유출되는 국민 세금이 더욱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건 2심 재판 제4차 공판일인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정의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맹(한상총련), 한국YMCA전국연맹, 99%상생연대는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결의했고, 그해 7월 주총을 통해 합병안을 가결했다”면서 “당시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불공정한 합병이라고 지적했고, 세간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것이라 평가했지만,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한성규 부위원장은 “그러나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통해 삼성이 조직적으로 합병을 추진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으며, 정권은 그 대가로 외압을 행사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진실이 세상에 공개됐다”며 “그리고 이재용을 비롯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이재용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는 국내 정치적 환경에 의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요즘에는 9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로 이재용 회장이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기막힌 걱정마저 언론에 떠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봉현 본부장은 “문제는 이로 인해 이미 국민연금은 최대 6000억 원대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고,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ISDS(국제투자분쟁), 즉 투자자와 국가 분쟁 해결 절차로 2300억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가 빠져나갈 예정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이봉현 본부장 “작년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면서 “이들은 오늘 재판의 핵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국제 중재를 제기해 승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봉현 본부장은 “이로써 우리 정부는 2개의 미국 사모펀드에 손해배상금 및 법률비용을 합해 약 2300억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는 국민 세금으로 지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이봉현 본부장은 “더욱 기막힌 사실은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으로 인해 유출되는 국민 세금이 더욱 많아졌다는 점”이라며 “한동훈은 엘리엇이 승소했던 ISDS 판정에 대해 국제통상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승소를 자신하며 취소 소송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봉현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소송은 패소로 마감됐고, 이 과정에서 소송 비용과 배상원금에 대한 지연이자만 더 늘어나게 됐다”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지만, 상황을 더욱 키운 한동훈 역시 침묵하고 있는 중”이라고 질타했다.

이봉현 본부장은 “정경유착, 재벌ㆍ대기업의 불법승계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 배상에 국민의 세금이 동원된다는 것은 더더욱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봉현 본부장은 “지난 9월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합병 책임자들에게 5억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법무부도 삼성 불법합병의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봉현 본부장은 “그러나 수많은 언론이 재벌ㆍ대기업은 그렇게 걱정하면서, 국민혈세 유출은 제대로 다루지도 않아, 우리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들은 오늘의 사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며 “뼈 빠지게 일한 대가라고는 연 9%씩 오르는 근로소득세이며, 그마저도 노동자 서민을 위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외국계 사모펀드 손해배상으로 사용된다는 기막힌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봉현 본부장은 “이에 우리는 법무부에 2300억 혈세 유출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벌ㆍ대기업의 불법행위와 정부의 안일한 태도, 재벌ㆍ대기업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자세가 노동자, 국민에게 얼마나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지 알려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9월 13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피해를 보았다고 소멸 시효를 10개월 앞두고 뒤늦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매우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며 “이제는 정부가 재벌의 범죄로 인한 배상금으로 국민 혈세가 사용되지 않도록 법률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차장,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발언자로 참석했고,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가 사회를 맡았다.

주최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 합병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합병이었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통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한다.

이 합병으로 인해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ISDS(국제투자분쟁)에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정부가 패소해 약 2300억원을 세금으로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불복소송을 진행하며, 매일 이자가 3000만원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이재용 회장 엄벌 및 법무부의 구상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김윤진 간사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사법정의ㆍ시장질서 무너뜨린 삼성 임직원 엄벌하라!”
“국정농단 정경유착으로 인한 세금, 이재용ㆍ박근혜가 책임져라!”
“법무부는 국민 피해회복 위해 구상권을 행사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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