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에게 “이번 사고가 화상인지, 질병인지, 부상인지 답하라”고 쏘아붙였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공개한, 삼성전자가 8월 30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법무법인 율촌, 지평, 화우 등의 의견서 일부 내용에는 “중대재해임을 전제로 조사가 진행될 경우 여론의 반응 등으로 인한 사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삼성전자는 이 사고를 중대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처리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태양 삼성전자 CSO(부사장)에게 “이번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다”며 “사고도 사고지만, 그 후에 삼성전자의 대처가 좀 아쉬운데, 사고 원인을 뭐라고 진단하느냐?”고 질의했다.
윤태양 부사장은 “방사선 안전장치가 오체결돼서 방사선 누출을 막지 못했다”며 “재해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이해민 국회의원은 “2019년 정기검사 당시에 삼성이 방사선 안전관리 효율 증대를 위해 안전관리자를 추가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면서 “그때 (안전관리자를) 추가 선임했느냐”고 묻자, 윤태양 부사장은 “8월 말 이해민 의원의 지적에 확인해봤다. 방사선 안전관리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현재 대비 2배 이상으로 충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해민 국회의원은 “지금이라도 그렇게 조치를 해서 다행”이라면서도 “사고 전에는, 당시에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3명에서 2명으로 감축했다. 신고 대상 방사선 기계 사용ㆍ운용 또는 유지보수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관리ㆍ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이해민 국회의원은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담당 조사관에게 자세하게 청취했는데, 특별점검 시에 그나마 있던 안전관리 2명 중 1명은 당시 병가로 현장에서 볼 수 없다고 답했다”면서 “남아 있던 기흥사업장의 안전관리자는 방사선 안전관리와 기흥사업장 업무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다고 답했는데, 보고 받았느냐”고 따졌다.
이해민 의원은 “담당 조사관 의견에는 사업장별 방사선 안전관리자는 선임만 해둔 것 같다고 얘기했고, 안전관리팀에서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CSO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구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이해민 의원은 “CSO라는 자리는 안전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최고안전책임자다. 그런데 안전관리자에 대한 체계도, 컨트롤타워도 없는 느낌이었다고 KINS 담당 조사관이 밝혔다”면서 “최고안전책임자를 둔다는 것은 회사에서 그만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파악되는데, 지금 CSO로서 가장 큰 책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태양 부사장은 “안전과 보건에 관해서 철저하게 예방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이해민 의원은 “그렇다면 이번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어난 피폭 사고에 대해서 어떤 책임지는 일을 했는가? 하나라도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들을 수립해서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재해를 입은 분들에게 정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치료와 보상, 그리고 이후의 모든 과정들도 다 책임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민 국회의원은 “이번에 제보를 받은 바에 의하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기보다는 (사건을) 무마하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쓴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KINS 담당 조사관이 얘기했듯, 삼성전자의 안전관리 체계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이번에 있었던 방사선 피폭 사고는 인재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해민 의원은 “CSO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재가 벌어졌고, 여기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피해자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고 싶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이번 사고는 화상인가, 부상인가, 질병인가?”라고 질의했다.
하지만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내부에서도 질병이냐에 대해 치열하게 공방이 있었다. 그래서 CSO로서 재해자의 치료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은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답하자, 이해민 의원은 질문 대상을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바꿨다.
이해민 의원은 “원안위는 규제기관인데, 그 기관이 2019년도에 정기검사에서 삼성전자를 제대로 감독했다면 이 같은 인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흥사업장에 대한 감사를 언급했는데, 이번에 삼성전자 사업장 전수조사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유국희 위원장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했고,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신고 대상 기기가 30개 이상 되는 기관을 중심으로 점검해서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도록 하고, 보고도 하겠다”고 답했다.
이해민 국회의원의 질문 시간이 끝나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방위원장)은 윤태양 부사장에게 재차 “(기흥사업장에서의 방사선 피폭이) 질병인지 부상인지 답변하라”고 대신 물었다.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이에 “이 부분에 관해서 정말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갑론을박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재해자의 치료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진행할 것”이라면서 “질병이냐 부상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된 법령의 해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민 위원님, 저게 답이 됐습니까? 질병입니까, 부상입니까? 아니면 둘 다입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재차 “이해민 의원님이나 최민희 위원장이 언급한 부분은 심적으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그 부분에 관해서는 법령의 해석을 받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치열한 갑론을박에 대해 얘기할 시간을 주겠다”며 “예를 들면, A다, B다, 의견이 갈라졌다. 그 내용은 뭔지, 근거는 뭔지 얘기할 시간을 주겠다”고 제대로 된 답변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기본적으로 당장 지금 해야 할 일, 치료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실행하면서 지금 질문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하자, 최민희 위원장은 이해민 의원에게 발언 시간을 추가로 1분 부여했다.
이해민 의원은 “화상일까, 부상일까, 질병일까, 아니면 이 중에 2~3개일까 질문하는 건데, 갑론을박이 있다고만 하는데, 원인이 규명돼야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그런데 피해자의 피해 원인이 지금 화상인지 부상인지 질병인지도 대답을 못 하면서 어떻게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느냐”고 질타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유국희 원안위원장에게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났을 때 강제 보고 의무를 두는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피폭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너무 늦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보고하도록 규칙을 개정하거나 법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위원(더불어민주당)과 의논할 때는 피폭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하자고 얘기도 나눴는데, 피폭됐어도 당장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민희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다시 윤태양 부사장을 불러 “방사선 피폭 피해자들은 회사가 국정감사만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피폭자들은 처음에는 손가락을다 잘라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는데, 그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지켜보고 추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물리학자 출신인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 사건을 지적했다. 황정아 의원이 “피해 직원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하자, 윤태양 삼성전자 CSO(최고보안책임자, 부사장)는 “10번, 100번이라도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9월 11일 “삼성전자가 중대재해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방사선 피폭을 ‘질병’으로 축소했다”며 “방사선 피폭은 일회성으로 인한 외상이며, 재해자들의 상태는 명백히 ‘부상’으로 분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전삼노 측은 삼성전자가 방사선 피폭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근거로 “현재 재해자가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용해 삼성전자는 이 사고를 ‘질병’으로 처리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처벌을 피하려는 ‘몸비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삼노 측은 “삼성전자의 주장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도 반영됐다”면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피폭을 ‘방사선손상’, ‘수상(受傷)’, ‘부상(injury)’로 명확히 소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무시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월 8일 전삼노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8월에 해당 사고를 중대재해로 판단하고 삼성전자에 중대재해 발생 보고를 요청했으나 삼성전자는 율촌, 지평, 화우 등 대형로펌을 동원해 의견서를 제출하며 중대재해 발생 보고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삼노는 “2019년 서울반도체의 방사선 피폭 사고 때는 신속하게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한 것과 달리, 이번 삼성전자 사고에 대해서는 한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고용노동부가 삼성자본의 압력에 굴복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규탄했다.
국회 과방위원장 최민희 국회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를 마치고 자신의 SNS에 “삼성전자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피폭이 부상인지 질병인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질책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