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 출신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제중재판정부의 판정에 따라 헤지펀드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국제소송 패소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합병 관련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고, 또한 불법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도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보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불법 합병 사건 수사의 핵심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지면서다.
이 자리에서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헤지펀드(Hedge Fund) 엘리엇과 메이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국제중재소송을 제기했고, 중재 결과에 따라 우리 정부는 소송비용과 이자 등을 포함해 약 2342억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작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위 중재 판정에 대해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무기력하게 패소하며 약 100억 원의 지연이자만 늘어나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이것이 엘리엇(약 1472억원 배상), 메이슨(약 870억원 배상)에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라며 준비한 보드판을 제시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제소 추진 후 증가한 추가 이자는 엘리엇이 65억원, 메이슨이 38억원으로 합하면 103억원이다.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2015년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지급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기금운용 본부장 등 정부 인사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루어졌다”며 “이 불법행위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이미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형의 집행까지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삼성) 재벌 그룹의 불법적 승계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손해는 크게 두 가지”라고 짚었다.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첫째, 엘리엇ㆍ메이슨 등 헤지펀드가 대한민국에 청구한 금액과 소송비용 2342억원을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둘째, 엘리엇ㆍ메이슨만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삼성물산의 대주주였으며 합병으로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저희 의원실에서 불법합병으로 발생한 국민연금 손해액을 계산해 봤더니, 최소 1647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엘리엇과 메이슨은 소송으로 그들의 손실을 배상받고 있는데, 우리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법에 따라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불법합병 사건 수사의 핵심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졌다.
변호사 출신인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특히 “정부는 국제소송 패소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며 “또한, 불법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도 (삼성에)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보존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 하면서다.
김남희 원내부대표는 “소멸시효 등으로 인해 소송으로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불법 합병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조속히 제기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득을 본 삼성 이재용 회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는 외국 헤지펀드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중재판정부는 엘리엇과 메이슨의 손을 들어주며 한국 정부에 거액의 손해배상 판정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기준일에 삼성 이재용 일가(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는 제일모직 주식 42.2%, 삼성물산은 1.4%를 보유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 주식 11.2%, 제일모직 4.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일모직(1) : 삼성물산(0.35) 비율로 합병됐다.
참여연대는 이 합병으로 이재용 일가는 최소 3조 1000억원에서 최대 4조 10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은 최소 5200억원에서 최대 675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민연금의 손해액은 2021억원에서 최대 321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국제투자분쟁(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중재판정 선고
우리 법무부는 2023년 6월 20일 엘리엇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 내용을 밝혔다.
삼성물산의 주주로 합병에 반대했던 사모펀드 엘리엇이 2018년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2023년 6월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약 690억원의 손해배상과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에 엘리엇의 법률비용 372억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우리가 엘리엇에 받는 법률비용은 44억 5000만원.
중재판정부는 한국 형사 확정판결을 인용해 국민연금이 사실상 삼성 합병에 관해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연금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므로 국민연금의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2년 4월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결의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업무상 배임죄를 유죄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1(제일모직) : 0.35(삼성물산)라는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해 합병이 성사되면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입게 됨에도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공단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했다고 판결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2023년 7월 18일 엘리엇 사건의 불복절차로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엘리엇 ISDS 판정에 대한 취소소송 제기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면서다.
또한 법무부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사건에서 2024년 4월 중재판정부는 메이슨 측 주장을 인용해 한국 정부에 미화 3200만 달러(한화 438억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지연이자 5%와 법률비용(메이슨 측 변호사 비용) 107억 6000만원까지 합하면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 및 복지부의 국민연금에 대한 개입행위가 한미 FTA 협정상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위반한 조치로서 메이슨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