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삼성물산 작업중지권ㆍ휴식권 보장…‘원청 안전문화 선도’
- 건설현장 작업중지권 요구 경험 17.3% 불과…삼성물산은 총 30만 건 이상 -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도 ‘작업중지권’ 포함 - 작업중지권 보장한다는 기업에서도 실질적으로는 사용하기 힘들어 - 한국노총ㆍ민주노총 모두 “작업중지권 보장” 요구 - 삼성그룹노조연대 오상훈 의장,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 호평 눈길
[로리더] 이재명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건설업계 내 작업중지권 실효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오상훈 의장은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이사의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 부여 등 산업안전문화 확산 노력에 대해 호평했다.
2024년 건설노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10대 건설기업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 1660명 중 실제 작업중지권을 보장받은 노동자는 288명(17.3%)에 불과했고, 1189명(71.6%)은 작업중지권을 요구해본 적이 없었고, 작업중지권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한 노동자도 184명에 달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2021년 3월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이후, 삼성물산 건설현장에서는 2024년 3월까지 3년간 30만 1355건의 작업중지권이 행사됐다. 사소한 문제라도 문제가 우려되면 작업을 중지하고 살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휴업재해율(노동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은 2021년 이후 매년 15% 가까이 꾸준히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작업중지권 보장에 대해서 건설노조는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원청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하청 건설사들조차 작업중지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하물며 심각한 고용불안에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요구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도 않는 데다가 작업중지로 자칫 공사가 지연돼 본인과 본인이 속한 팀, 연계공정 노동자들이 줄줄이 하루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떨치기 어렵다”면서 “다단계하도급 구조, 최저가낙찰제가 건설현장에 낳은 괴물은 ‘빨리빨리 속도전’과 ‘안전불감증’이다. 공사기간을 단축할수록 이윤을 남기는 구조라, 품질과 안전은 도외시되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원청 건설사가 작업중지를 보장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안전문화를 선도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고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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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협력사들과 현장 안전을 위한 ‘안전경영 실천 선포식’을 개최해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 대한 포상을 큰 폭으로 늘리고, 향후 삼성물산 프로젝트 관련 입찰 참여와 평가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제로 2025년 4월 기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이 지난 20년간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기업은 대우건설과 GS건설(각 11회), 현대건설(9회), DL이앤씨(8회), 포스코이앤씨(6회) 등 상위 5개 기업 모두 건설기업이었으나, 삼성물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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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진 2025년 7월에도 삼성물산은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에서는 체감온도 31℃ 이상부터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탄력적으로 작업을 조정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더위로 작업중지를 요청할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안병철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는 “폭염 속 무리한 작업은 근로자의 신체적ㆍ정신적 피로도를 높여 안전보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과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최소화가 필수”라며 “다양한 근로자 보건 교육을 통해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근로자 중심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재건축 현장에서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세철 대표이사와 CSO 등 주요 경영진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만 30회 이상의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특히, 국내 수행중인 30여개의 모든 현장에는 추락 사고의 위험이 높은 작업 공간에 사고예방 표지판 300여 개소와 현수막 200여 개를 설치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도 위험을 한 눈에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작업 전에는 사고사례 기반으로 제작한 숏폼(Short-form) 안전영상 교육을 진행하고, 근로자들에게 추락사고 예방 전용 에어백 안전조끼를 지급해 추락 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집중적으로 추락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은 ▲위험표지판 표준화 ▲임의작업 근절을 위한 작업계획 드로잉 ▲ 드론 활용 건설장비 점검 등 종합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 내 12개 노동조합이 가입해 활동하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오상훈 의장은 삼성물산과 오세철 대표이사(CEO)를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기자와의 연락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올해 사망사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건설부문으로 입사해 오랜 경력을 지내고 내부승진한 오세철 대표이사가 수년 전부터 인사사고 예방을 위해 하도급업체를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해 사망사고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상훈 의장은 오세철 대표이사의 결단에 대해 “기업의 이익이 결국 산업안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건설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폭넓고 깊은 사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오상훈 의장은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 경영진은 비전문적인 삼성전자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오세철 대표이사처럼 해당 업종에서 전문성과 경험, 노사간 소통 능력을 갖춘 계열사 내부 인재를 발탁해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만 쳐다보는 낙하산 인사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인사권을 가진 자들의 이익을 우선으로 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현 정의당 대표)는 TV토론회에 출연하며 옷에 ‘작업중지권’이 적힌 배지를 달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약 중 ‘노동존중 및 권리보장’ 세부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체계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실질적 참여 확대”를 포함하며 “작업현장 내 유해 위험발생 농후시 노동자가 사용자에 작업중지 및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부여”를 명시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휴가 복귀 후 첫 지시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전한 것에 이어 12일 국무회의서는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노동분야 사업보고에 따르면, 노조법 2ㆍ3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모두가 잘 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목표로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 공정한 성장을 진짜 성장의 목표’로 한 방향성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민주노총은 “(정부가 발표한 사업보고 내용은) 수년간 일관되게 요구해 온 핵심 과제이며, 정부가 이를 공식 보고서에 담아 수용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양대노총 모두 산업재해 대책과 관련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현장 규칙 개선을 통해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민주노총)”,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예방과 감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강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한국노총)”을 제안하는 등 입을 모았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