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무총리 공관 100m 집회ㆍ시위 금지 헌법불합치…최초 결정

2018-07-06     신종철 기자

[로리더] 헌법재판소는 국무총리 공관 100m 이내 집회ㆍ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집시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옥외집회ㆍ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관한 최초의 결정이다.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는 지난 2014년 6월 10일 옥외집회ㆍ시위 금지장소인 국무총리 공관의 60m 지점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6·10 청와대 만민공동회’ 시위를 주최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을 받고도 불응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부대표는 1심 형사재판 계속 중에 국무총리 공관 인근 옥외집회ㆍ시위에 관한 해산명령불응죄의 처벌근거가 된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2015년 9월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여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3호는 ‘국무총리 공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집시법 23조(벌칙) 1호 및 24조(벌칙) 5호에는 위반자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 법률조항들은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먼저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자,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행정부 제2인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는바, 이러한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를 고려하면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은 국무총리의 생활공간이자 직무수행 장소인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그리고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행진을 제외한 옥외집회ㆍ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은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직접 저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규모 옥외집회ㆍ시위의 경우’,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는 옥외집회ㆍ시위가 아닌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옥외집회ㆍ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은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행진’을 허용하고 있으나, 집시법상 ‘행진’의 개념이 모호해 기본권 제한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한 집시법은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 외에도 집회의 성격과 양상에 따른 다양한 규제수단들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옥외집회ㆍ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한 집회까지도 이를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금지장소 조항을 통한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 보장이라는 목적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약 정도를 비교할 때, 금지장소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집회의 자유 정도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금지장소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해산명령불응죄 조항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해산명령불응죄 조항 역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옥외집회ㆍ시위 중 어떠한 형태의 옥외집회ㆍ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가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계속 적용돼 그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만일 위 일자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심판대상조항은 2020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결정은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옥외집회ㆍ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관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