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예측 불가능 무단횡단 보행자 충돌 사망…운전자 무죄

2018-05-18     신종철 기자

화물차량 운전 중에 도로를 무단횡단 하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무단횡단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충돌을 피할 수도 없다고 판단해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50대)는 2017년 9월 5일 오전 8시 20분경 화물차를 운전해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도로를 운전해 갔다. 그런데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횡단하던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화물차량의 적재함 우측 옆 부분으로 충격해 B씨가 도로에 넘어뜨리는 사고가 났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뒤 사망했다.

사고현장 도로는 편도 4차로의 도로로 1차로에는 버스 전용차로가 설치돼 있고, 2차로는 좌회전 전용 차로이며, 3차로와 4차로는 직진차로인데, 사고가 일어난 지점의 약 40m 전방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었다.

A씨가 진행하던 2차로는 좌회전 전용차로인데, 사고 당시 전방에는 좌회전 신호만이 들어와 있었고, 3ㆍ4차로의 직진 차량들은 정지신호에 따라 정차하고 있었다. A씨는 좌회전하기 위해 좌회전 신호에 맞춰 시속 약 30km의 속도로 2차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B씨가 오른쪽 3차로에 정차해 있던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일어나게 됐다.

검찰은 “A씨가 전방 좌우를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운전한 과실로 사고가 났다”며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0단독 김재근 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화물차 운전기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재근 판사는 “보행자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는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로 횡단해야 하고, 차량의 바로 앞이나 뒤로 횡단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피고인으로서는 3차로와 4차로를 가로질러 피해자가 다른 차량들의 사이로 무단 횡단할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를 충격한 부분이 화물차량의 앞부분이 아닌 우측 뒤 적재함 부분으로 피고인은 충격 당시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는 점, 설령 피고인이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했더라도 발견시간과 반응시간의 간격에 비추어 제동장치를 조작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고, 피해자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하기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분석 감정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가 3차로의 정차하고 있는 차량들 사이를 통과한 때로부터 약 0.44초 후에 피고인이 운전하던 화물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감정되었고, 통상적으로 인지반응시간은 1초 정도가 걸린다고 돼 있다.

김 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어떤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이 있다”며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재근 판사는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의해 피고인에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