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입법예고…민변 “개정법 취지 훼손”

-원청ㆍ하청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원ㆍ하청 노조간 교섭단위 분리 등 -민변 “단일화 강제, 대다수 학설 무시…교섭단위 분리 현실성無”

2025-11-24     최서영 기자

[로리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CI

고용노동부는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을 예고했다.

그에 따르면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되,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을 인정한다. 다만 합의하지 못하면 교섭창구를 단일화한다. 

여기서 교섭창구 단일화(시행령 14조 11 3항)란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해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분리 기준은 이해관계 공통성, 이익 대표 적절성, 당사자의 의사 등이다. 

둘째,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과정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한다. 교섭권의 범위,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조건, 이해관계 등에서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함에 있어서도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가 합의한 사항은 최대한 존중한다.

다만 노ㆍ사 간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실질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한다. ▲직무나 이해관계, 노동조합 특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 개별 하청별로 분리 ▲직무 등 특성이 유사한 하청이 있는 경우에는 유사 하청별로 분리 ▲전체 하청의 직무 등 특성이 유사한 경우는 전체 하청노조로 분리 등이다.

이 외에도 하청노조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원청 교섭단위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서로 연대하여 교섭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자료 = 고용노동부

셋째,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이후 분리된 단위별로 각각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고, 각각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결정한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자율적인 공동교섭단 구성, 위임ㆍ연합 방식의 자율적 연대를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원청과 하청노조의 교섭 촉진을 위한 지도사항도 발표했다.  

교섭단위 분리 및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노동위원회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면, 원청은 교섭 절차를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범위 밖이라도,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가 자율 협의하는 경우 교섭을 인정한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 및 부당노동행위 사법처리를 받는다. 

아울러 교섭 전후 과정에서 언제든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사용자성 범위 등에 대해 의문이 있거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가칭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를 통해 교섭의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도와줌으로써 교섭을 촉진하고 노사 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민변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는 24일 해당 시행령이 노조법 2ㆍ3조 개정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첫째, 원하청 교섭에 ‘교섭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노조법 개정 취지를 훼손한다.

민변은 “원청과 교섭하려면 원청 사업(장) 기준 교섭 창구 단일화를 원ㆍ하청이 함께 해야 한다고 고용노동부는 주장한다”면서 “노조법 제2조 사용자 규정은 법원 판결 법리를 입법한 것으로, 근거가 된 판결들은 원ㆍ하청을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며, 하청 전체의 교섭 창구 단일화도 전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원청을 포함해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학설은 소수설에 불과하며, 노동법연구회 내에서는 이승욱 교수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정부는 법원과 중노위의 판단, 그리고 대다수의 학설을 무시하고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교섭 창구 단일화 의무가) 쟁의권 자체가 매우 위축되고 침해되게 하며, 중층의 사용자를 둔 노동자들이 단체교섭 대상을 선택할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면서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원청업체는 하청업체를 움직여서 ‘회사노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노조의 교섭권을 뺏는 일이 빈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창구 단일화 강제는 극한 투쟁과 법적 분쟁 격화를 초래한다.

민변은 “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원청 회사들은 창구 단일화를 명분으로 교섭을 거부할 것”면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더라도, 동일ㆍ유사 업무를 하는 하청의 경우 어용노조가 만들어지면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노조법 개정 이후에도 하청노조들은 초기업 형태(산별/연맹)로 조직돼 있어, 자율적으로 교섭을 열어두어도 많아야 2~3개 정도의 교섭이 발생하며, 교섭을 주도하는 노조의 단체교섭에 다른 노조들이 따라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서 “원청의 교섭 부담 주장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셋째, ‘상급단체별 교섭단위 분리’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민변은 “교섭단위 분리는 기본적으로 ‘단위’에 대한 분리이지 ‘노조 간 분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법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법원은 교섭단위 분리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기에,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없으며,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상급단체별 교섭단위 분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노동부의 주장은 사실상 사기에 가까우며, 시행령안이 상급단체별 분리를 가능하게 하리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넷째,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개입은 자율교섭의 침해이며, ‘허가제 운영’이다.

민변은 “누구에게 지배력이 있는지, 어떤 의제가 원청 교섭 의제인지는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위원회가 이에 개입할 경우 교섭에 대한 제한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자율교섭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의견이 엇갈릴 경우, “사용자측(원청)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주장 및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노동위원회에서 교섭도 하기 전인 조정 과정에서 교섭 의제에 대하여 그 가부를 일일이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노동부의 작금의 행태는 ILO 협약 위반이며, 노조법 30조 3항 위반이다.

민변은 “한국이 2021년에 비준한 ILO 98호 협약과 관련해, ILO의 기본 입장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회원국은 노사의 자발적 교섭을 장려하고 촉진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면서 “(한국에 2021년 신설된 노동조합법 30조 3항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ㆍ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민변은 “노동부의 작금의 행태는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이미 개정한 노조법의 취지에 반하는 해석에 기반”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비판 성명과 함께 다음을 요구했다. 

1. 원하청 교섭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를 즉각 중단하고, 개별교섭권을 보장하라.

2.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개입을 철회하고,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자율교섭을 보장하라.

3. 교섭 해태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긴급이행명령 제도의 적극 활용을 안내하고, 현대제철, 네이버 자회사, CJ대한통운 등 원청 교섭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단위의 교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하라.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