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 개편…헌법학자 이진,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견해는?

-헌법학자 이진 교수, 코트 패킹(법정 의견 조작) 방지책 제시 -재판소원, 사법부보다 행정처분 기본권 침해 견제 효과 커 -대법원이 한정위헌 기속력 부인하는 상황, 재판소원이 대안 - “대법관 증원, 추진 행정부 내려간 후 증원 법관 취임해야”

2025-11-24     최서영 기자

[로리더] 이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법관 증원이 코트 패킹(법정 의견 조작)으로 흐를 위험을 지적하며, 이를 막을 방책으로 증원을 추진한 행정부가 퇴진한 후에 대법관을 증원시키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그는 또한 재판소원 도입으로 행정처분의 기본권 침해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김은산 대한변호사협회 사무부총장, 김주현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 박종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 김기영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 윤형석 대한변협 입법특별보좌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 양은경 조선일보 법조전문기자, 정지웅 대한변협 부회장, 이우영 한국입법학회장, 김정욱 대한변협회장, 박병민 부장판사, 김기원 서울지방변회 수석부회장.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한국입법학회(회장 이우영)는 11월 20일 서울시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법개혁 토론회다.

개회사는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이우영 한국입법학회장(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회 좌장은 대한변협 부협회장이자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가 진행했다.

주제발표는 김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슈가스퀘어ㆍ대한변협 제2정책이사)와 김기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신이ㆍ대한변협 제2기획이사)가 맡았다.

토론자는 ▲박병민 부장판사(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이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서린ㆍ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양은경 조선일보 법조전문기자가 참여했다.

두 번째 토론자는 이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였다. 이진 교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진 교수는 섣부른 대법관 증원이 코트 패킹(Court Packing)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코트 패킹이란 현행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존하는 법원 구성을 변경해 법정 의견의 변경을 초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법관 증원ㆍ감원, 정년 연장ㆍ단축, 사퇴 강요, 부당한 징계ㆍ탄핵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념의 시초는 1937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뉴딜 정책 위헌 입장을 바꾸기 위해 대법관 증원을 시도한 사례다. 최근에는 미 바이든 정권 말기에 코트 패킹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국에서는 대법원이 위헌법률 심판권을 가졌던 1971년 당시, 대법원이 국가배상법과 법원조직법에 위헌 판결을 낸 후 대법관 여러 명이 대거 재임명에 탈락한 사례가 있었다.

이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짧은 6년 임기를 지니기 때문에, 대통령 5년 임기 안에 대법관이 많이 변경되고, 자연스럽게 법정 의결 변경도 가능해진다”면서 “대법원은 선거나 행정, 형사 소송 관할권을 가지기 때문에 (행정부의) 법원 장악 유인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진 교수는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그런 내재적인 위험성으로 인해 비판의 여지가 있다”면서 “행정부가 대법관 12명을 추가 임명해 다수 의견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헌법학자 이진 교수는 코트 패킹 위험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 방안이란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이 퇴각한 후에 대법관을 늘리도록 해, 이 세력이 증원의 수혜를 입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이진 교수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있는데 첫 번째는 여야 합의, 국민 투표 등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면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것이고, 실제로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진 교수는 “두 번째 해결 방안은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행정부 집행부가 법원의 다수 의견을 변경시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면서 “개혁 추진 세력이 수혜를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인데, 내용상으로는 행정부 퇴각 이후에 법관을 임명하는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이진 교수는 2015년-2019년 EU 일반법원 법관 증원 사례를 들며, “당시 증원 결정을 하기로 이제 관여한 행정부의 퇴학 이후에 그런 임용 절차가 완성이 됐다”면서 “그 점에서 콜 패킹이 아니라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소원(재판 결과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진 교수는 “(헌법재판소 창립 당시인 1988년에도)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으면 모든 사건이 4심제가 된다, 절차가 지연되고 사법 체계에 혼란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반영돼,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면서 “당시 헌법소원 심판 제도도 한 번도 운영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부가 그냥 예측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진 교수는 “헌법소원 심판 제도도, 헌법재판소도 그렇고, 이제 37년 동안 운영해왔다”면서 “지금 우리가 논의를 한다면 1988년도 논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37년 동안 운영해보니 실제로 결과가 이렇더라, 이런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진 교수는 재판소원이 없어서 생기는 3가지 부작용을 설명했다. 이는 ▲행정처분 헌법 통제 약화 ▲대법원의 헌법재판소 결정 기속력 부인 ▲입법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가 불가피해지는 점이다.

이진 교수는 “행정처분은 행정법원에 항고 소송으로 다퉈야 하며, 이를 패소해도 헌법재판소에 올 수 없다”면서 “수많은 행정 처분이 법원 심사에 그치고, 헌법재판소에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진 교수는 “수많은 행정처분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 혹은 침해를 가한다”면서 “재판소원은 표면적으로는 사법 통제로 보이나, 실질적인 효과는 이런 행정처분에 대한 폭넓은 헌법 심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선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 한정해 행사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성만이 문제 되는 경우, 법률의 일반적인 효력을 유지하면서 특정 사건에 대상되는 아주 좁은 범위의 위헌을 선언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헌법학자 이진 교수는 “이것이 한정위헌 선언인데, 대법원이 기속력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을 사용할 수 없으니 일반 위헌을 선언하는데, 이것이 법적 불안정성을 증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진 교수는 “이는 날카롭고 작은 칼로 위헌 부분을 도려야 하는 상황에서 크고 무딘 도끼를 휘두르는 격”이라면서 “위헌 판결 후 입법부 역시 개정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이진 교수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원칙적으로 합헌인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헌만을 통제하는 핀셋 통제가 가능해진다”면서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 권한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부적합할 정도로) 폭넓은 권한 행사를 자제하게 한다”고 알렸다.

이진 교수는 “이는 표면상으로는 사법부 통제로 보이나, 실질은 전반적인 권력 분립의 재조정”이라면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기본권 통제가 강화될 수 있고, 대법원과의 관계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이 확보가 될 수 있으며, 입법부에 대해서는 입법 재정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에 갈등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입 후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한번 고려해서 논의했으면 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