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완 경희대 교수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도구임을 인식해야”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2025-11-23     로리더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도구임을 인식해야>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부터 자율주행차, 의료진단 보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상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AI를 맹신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극단적 태도가 아닌, AI를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로 인식하고, 인간중심의 윤리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을 견지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확립해야 할 태도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지배자’나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인식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며 패턴을 인식하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우리는 이러한 AI의 장점을 활용하여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정보검색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복잡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즉, AI는 우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는 항상 인간이어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정보나 결과물에 대해 맹목적으로 의존하거나 수용해서는 안 된다. AI는 학습된 데이터의 편향성을 반영할 수 있고, 때로는 사실과 다른 ‘환각’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맥락을 고려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AI 리터러시’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책임감 있는 사용만이 AI를 진정한 도구로 활용하는 길이다.

AI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AI는 지능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AI는 효율성과 객관적인 정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인간은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느끼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존재이다. 예술적 영감, 윤리적 판단, 진정한 공감과 같은 영역은 AI가 쉽게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시대에 우리는 이러한 인간적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야 한다. AI는 감정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감정을 ‘살아내는’ 존재적 경험은 할 수 없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형성되는 유대감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자산이다.

우리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성, 비판적 사고, 리더십, 협업능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효율적인 기계'가 되기보다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AI를 대하는 태도에서 윤리적 고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기술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명확한 윤리기준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편향성으로 인한 차별, 일자리 문제, 자율무기시스템과 같은 민감한 이슈들은 AI기술이 제기하는 중요한 과제들이다.

우리는 AI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 및 각국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AI윤리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준수해야 한다.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인간존엄성 존중과 같은 핵심 가치들이 AI시스템 전반에 내재되어야 한다.

또 AI기술이 특정계층이나 국가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AI시대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AI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AI를 맹신하여 주체성을 잃지도 말고, 두려워하여 외면하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명확하다.

AI를 인간의 잠재력을 꽃피우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 고유의 가치를 수호하고, 윤리적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통제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속도에 발맞춰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인간중심의 현명한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최종 방향키는 언제나 인간의 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