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방지법’ 황제보석 등장한 신동빈, 박영우, 이중근 재벌 총수들
- 이형철 “병보석 집행에 대한 특권층의 법치 무력화 제재해야” - 노종화 변호사 “재판부의 양형 판단, 재벌 중 양형 기준대로 처벌한 사례 없어” - 김득의 “특별사면에 제한 둬야…5년 지나야 사면 대상 될 수 있게 해야”
[로리더] ‘황제보석’과 흥국생명 채권사태, 교환사채 발행 논란 등을 빚어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이호진 방지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ㆍ민병덕ㆍ김남근ㆍ박홍배 국회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국회의원,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은 11월 1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경제정의 공정사회를 위한 형사소송법ㆍ보험업법 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형철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대표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횡령ㆍ배임 실형 선고 이후에도 간암을 이유로 8년 가까이 병보석 상태에서 사실상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했다”면서 “이로 인해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 신뢰에 큰 타격을 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신이 다시 부각되고 있으며, 태광그룹의 황제보석 이후 대기업 비리에 대한 법 집행이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철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으나, 2심 과정에서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심사 중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돼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면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2018년 2월, 구속된 후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161일만에 풀려나 ‘황제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형철 대표는 “먼저 정재계 총수에 대한 3ㆍ5 법칙(징역형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는 관례) 비판과 함께 병 보석 집행에 대한 특권층의 법치 무력화를 제재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형사소송법 제96조에 ‘피고인의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청구한 때에는 법무부 장관이 지적하는 의료기관의 장 또는 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이 발급한 진료 기록 및 임상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형철 대표는 “보험사 자산의 대주주 편취 방지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발의 예정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제111조에 대주주와의 거래제한을 강화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60%를 소유한 자산운용사 및 리츠운용사에 자산의 운용을 금지하는 방안”이라며 “태광그룹 사례와 같은 대주주 전횡을 규제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기업 총수가 서민 가계를 이용하는 ‘대지주의 착취’ 행태가 만연하고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는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구속 집행정치 결정을 받아, 그 상태로 항소심까지 계속 재판을 받다가 항소심 진행 중에 보석이 허가됐다”면서 “2018년 ‘황제보석’ 논란이 있기 전까지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2019년 6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아 모두 수감 상태에서 형기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이호진 전 회장은 끝까지 형 집행을 미뤘지만, 사회적 논란 속에서 징역을 모두 채웠고, 결국 복권이 되긴 했지만, 과연 얻은 것이 무엇이냐”면서 “재상고심까지 다섯 번의 재판까지 중복된 변호사를 빼고 총 77명을 선임했고, 그중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김능환ㆍ안대희)까지 두 명이 포함돼 있었으니, 변호사 보수가 이미 횡령으로 인정된 피해 규모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종화 변호사는 “태광산업을 비롯한 많은 회사에서는 그 전에 자사주를 우호적인 기관투자자나 타사에 처분하고 싶으니 교환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면서 “태광산업도 급하게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다 절차적 하자 문제가 지적돼, 가처분에서는 이겼음에도 결국 아직까지도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22대 국회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약 470억원 규모의 임금 체불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대유위니아 박영우 전 회장이 보석을 신청해 논란이 되자, 피고인이 보석 또는 구속 취소를 신청하면 피해자나 고소인도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안을 내기도 했다”며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송갑석 전 의원의 발의와 비슷하게 보석 허가 후에도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법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의했다”고 소개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재판부의 양형 판단도 비판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전반적인 그룹 지배권을 획득하면서도 결국 실질적으로 구속된 기간은 1년 정도”라며 “1년 구속으로 삼성이라는 대규모 기업 집단의 지배권을 획득한 것이라면 소위 ‘남는 장사’”라고 꼬집었다.
노종화 변호사는 “기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속된 말로 ‘남는 장사’가 될 수 없게끔 하려면 형량을 적어도 양형 기준에 맞게라도 해야 한다”면서 “현행 양형 기준을 보면, 300억원 이상 횡령하면 기본이 5~8년의 징역형인데, 재벌 대기업 총수 중 이 기준대로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사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미국에는 배임죄가 없다는 얘기도 하지만, 사실 죄명의 문제이지 미국은 기업 범죄를 무섭게 처벌하고 있다”며 “USSG 매뉴얼 양형 테이블 기준으로, 2500만 달러(약 367억원) 이상 횡령할 경우 범죄 전력에 따라 최소 63~78개월에서 최대 324~405개월의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성환 L-ESG평가연구원 부원장은 “이호진 방지법은 형사소송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개정을 포함하는데, 형사소송법 개정은 황제보석으로 불리는 특혜 보석을 방지하고자 병보석 요건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은 대기업 총수의 사익편취 및 편법 승계를 규제하고자 특수관계인의 관여 행위까지 제재 대상으로 확대하며, 총수 개인에게도 직접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부원장은 “보험업법 개정은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엄격히 하고, 보험사의 자산이 총수 일가의 사익에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내용”이라고 봤다.
김성환 부원장은 “형사소송법, 공정거래법 개정은 ESG평가의 거버넌스 부문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험업법 개정은 금융사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자를 안심시키면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ESG평가연구원은 국회사무처 소관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레거시 언론들은 재벌 회장이 구속된지 6개월 정도 지나면 두 가지 논리를 내세우는데, 하나는 경제 상황이 침체돼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총수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한다”고 꼬집었다.
조승현 부의장은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성장한 재벌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 국민적 관심도 필요하지만, 법의 재개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도연 노무사(청춘노무법인 대표)는 “이호진 방지법은 하나의 표제일 뿐이고, 많은 재벌 기업들의 돈 있는 사람들이 병보석 제도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제지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배임죄가 폐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결국 배임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죄에 대해서는 사면ㆍ복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분식회계나 일정금액 이상의 횡령ㆍ배임에 대해서는 사면을 못 하게 하거나, 사면을 하더라도 5년이 경과되고 나서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득의 대표는 “또한, 두 번 이상 사면을 받을 때는 첫 번째 사면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1995년 광복절 특사 이후 1997년에 개천절 특사를 또 받는다. 김우중 회장은 죽을 때까지도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아, 2008년에도 특별사면을 또 받는데, 이러한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대표는 “미국 사회가 자본주의의 근간이라면서 미국의 엄벌주의,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옛날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삼성 관련 논평을 냈는데, 요즘에는 태광그룹과 쿠팡 계열사 관련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태광그룹은 오늘 토론회에서 지적된 부분을 인정ㆍ사과하고, 개선의 조치를 선포해야 한다. 20년 해고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줄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형철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대표와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가 발제를 맡아 ▲병보석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보험사 자산의 대주주 편취 방지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필요성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지는 주제 토론에서는 ▲이호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노사ESG 과정 주임교수 ▲김성환 L-ESG 평가연구원 부원장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강도연 노무사(청춘노무법인 대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자리해 사법 정의·경제 정의를 위한 다각도의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의당ㆍ경제민주화시민연대ㆍ경제개혁연대ㆍ한국투명성기구ㆍ금융정의연대ㆍ민생경제연구소ㆍ민주노총 해복특위/전해투ㆍ태광그룹바로잡기공투본ㆍ태광그룹혁신연대ㆍ흥국생명해복투ㆍ태광하청협력비대위ㆍ태광그룹소액주주연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