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방문노동자, 감정노동 강요받는 현실…근로자로 인정하라”
- 직장내 괴롭힘ㆍ성폭력ㆍ개물림…“방문서비스 노동자 고충에도 회사는 외면” - “회사의 지휘ㆍ통제에 업무 수행에도 법적으로 노동자 아닌 모순된 현실”
[로리더] 가전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 개물림 사고 등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는 증언이 국회에서 나왔다.
김순옥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6일 “회사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각종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우리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모순된 현실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ㆍ김태선ㆍ박홍배ㆍ이용우 국회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 노동현장 실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방문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강요당하면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증언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직장 내 괴롭힘과 고객에 대한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면서 “법적ㆍ제도적 보호 장치 없이 감정 노동만을 강요받는 현실은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이 증언한 첫 번째 사례는 코디들이 소속된 지역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부산 거양지국에서 한 조합원이 소장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 따돌림을 겪었으며, 업무에 필수적인 정보가 공유되는 채팅방에서조차 배제된 채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야 했다”면서 “그런데 회사는 이를 단순한 행위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며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김해 장유지국에서는 팀장이 특정 조합원을 향해 말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괴롭힘을 가했다”면서 “단체 채팅방에서는 해당 조합원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노동조합에 제보하자 팀장은 ‘감당되면 시위하세요’라는 비아냥과 협박성 발언을 통해 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면서 “이러한 사례들을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신고가 반려돼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었다.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부당한 처우와 괴롭힘을 안내해야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사례로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고객에 의한 폭력과 성희롱으로,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코디가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점검을 진행하던 중 고객의 아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피해자는 맨발로 현장을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회사는 어떠한 보호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오히려 피해자는 당일, 남아 있는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정을 변경해야 했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다음 날부터 큰 정신적 충격 속에서도 일을 계속해야 했다”면서 “연가나 보조급 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해지고 애정을 박탈도 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피해자는 업무를 중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피해자 보호에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수사에 필요한 고객과의 통화 녹취록 제공 요청마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SK인텔릭스(구 SK매직)지부의 설치 노동자는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개물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객의 반려견을 치워달라는 요구조차 쉽게 꺼낼 수가 없다. 회사가 고객의 VOC 평가를 징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정당한 보호는커녕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침묵을 당한 상황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조합이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방문 노동자의 25%가 고객에게 사적 만남을 강요받았고, 25%는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를 들었으며, 성폭력 피해 이후에도 63%는 해당 고객을 다시 대면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이는 방문 노동자들의 적으로 폭력과 성희롱에 노출됐으며, 이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감정 노동에 더욱 취약한 이유는 단 한 번의 단순 실수로도 업무 해합으로 이어지는 원아웃 업무해약 구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정규직은 과실에 따라 징계 절차가 있지만, 특고직은 단순한 실수나 고객 클레임만으로도 계약이 해지되거나 금액으로 변상해야 한다”면서 “지난 8월, 코웨이에서 16년간 성실히 근무한 한 코디는 고객 요청에 따라 필터만 제공하고 회사 매뉴얼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 점검 판정을 받아 단 3일 만에 소명기회 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예시를 들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계약이 해지된 코디는)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지만 실업급여나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고, 부당해고 구제도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또 한 명 코디는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기고 헛걸음을 시킨 고객과 다시 일정을 잡아 방문했지만, 고객은 똑같이 부재중이었고, 추운 겨울날 30분 넘게 집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면서 “전화로 재방문 요청을 받는 순간 쌓인 피로와 억울함에 전화가 끊긴 줄 알고 욕설을 내뱉었다가 고객에게 폭언했다는 이유로 업무해약을 통보받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이처럼 워낙 업무해약 제도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침묵과 감정 노동을 강요하는 구조적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회사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각종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우리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모순된 현실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코웨이 코디ㆍ코닥지부는 현재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김순옥 수석부위원장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많은 방문 노동자들이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면서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노동자로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권리가 있다. 더 이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지 않도록 현장 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실질적인 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4년 11월 6일,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에 미국식 ABC 테스트(a.노무제공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지, b.노무제공자가 사용자의 사업범위 외의 업무를 수행하는지, c.노무제공자가 독립된 사업을 영위하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방식)를 도입한다. 노무제공자가 위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음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행법상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오분류되면 노무제공자가 직접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용우 의원의 개정안은 노무를 제공하면 일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반증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는 이용우ㆍ정혜경 국회의원,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 김진희 금속노조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 김인식 사무금융노조 삼성애니카지부장, 김순옥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수석부지원장, 이창배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심의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정책국장, 한선범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정책국장, 손재광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장, 여민희 서비스연맹 학습지산업노조 사무처장, 오빛나리 작가노조(준) 위원장,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배인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