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이 정신건강센터 근로자 상담기록 감시 파문
초민감자료 무단유출 의혹…개인정보보호법ㆍ노조법 위반 의혹 일파만파
[로리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인사팀이 사내 정신건강센터로부터 근로자 상담 기록을 건네받아 ‘징계’ 폴더에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개인정보보호법ㆍ노동조합법 위반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폭로…정신건강 상담자를 ‘징계’ 폴더로 관리
11월 10일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지부장 박재성)에 따르면,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팀 공용 폴더가 회사 전 직원에게 드러났다.
해당 폴더에는 전 직원 주민등록번호, 학력, 개인 평가, 고과 등의 파일뿐 아니라, 각종 직원 관리 자료가 있었다.
그 내용은 ▲사업지원 TF의 직접 지시 메신저 기록 및 인사팀장의 과반 노조 우려 ▲노사협의회 고과 몰아주기 및 노조 집행부 리스트화 ▲GD(다) 고과자 관리 및 희망퇴직 권유 ▲피플팀 및 경영진단실 최대 고과 100% 반영 ▲인건비 절감 목적 신인사제도 도입 ▲블라인드 회사 평가 조작 하위 고과 잠재 평가 풀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에 대한 자본 운용 가이드안 등이었다.
상생지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내 마음병가센터를 방문한 직원을 돕기는커녕 퇴사시키려 했다고 폭로했다. 상생지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인사팀은 징계 폴더에서 마음병가센터 상담 이용자에 대한 상담소장 소견을 저장하고 있었다.
상생지부는 “마음병가센터를 다녀온 직원 상담 기록이 인사팀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 해당 파일 위치는 ‘징계 폴더’ 안에 있다”면서 “사내에 정신건강을 도와주고자 만들었다는 센터는 사실, 기록을 남겨 퇴사시키기 위한 구조였다”고 발표했다.
상생지부는 “하이닉스로 이직한 직원 역시 마음건강센터를 통해 병가를 갔었고, 두 번 가면 퇴사해야 한다는 인사팀 압박을 받았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문건을 보유한 목적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노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징계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면밀히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담소가 인사팀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됐다”는 입장도 언론 일각에 전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인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삼성은 무노조경영이라는 본인들의 방침을 정하고 노조를 탄압해 온 역사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노조법 위반(부당노동행위)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본지에 12일 말했다.
◆ 노조 블랙리스트화, 불공정 고과, ‘답정너’ PS 계획…인사팀 폴더에서 드러난 삼성의 진면목
상생지부는 그 밖의 자료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장은 하위 고과를 더 많이 부여하라고 지시했고, 바이오로직스 노조가 과반 노조가 될 것 같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 및 사업지원 TF는 근로자 대표인 BSB협의회(노사협의회) 인력은 승격 대상으로 간주하고 상위 고과를 줬다.
또한 상생지부는 “상생지부 집행부를 ‘NJ(노조)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특별 관리 중이었다”면서 이를 두고 “집행부 리스트를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평가 불이익, 회유 등 시도 가능하며,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생지부는 저성과(GD(다) 등급) 직원이 60% 이상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며, “하위 고과는 ‘부서 재량’으로 그동안 공지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인사팀의 경우, 전사 평균보다 약 10%보다 많은 상위 고과를 부여받았으며, 경영진단팀의 경우, 100% 상위 고과로 말도 안 되는 고과 비율을 받았다”고 불공정한 고과 부여를 지탄했다.
상생지부는 호봉제 폐지 이후 현 연봉제의 실태도 꼬집었다.
상생지부는 “(인사제도 개선 효과 문서에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급을 합치는 내용의 표가 삽입돼 있다”면서 “신 인사제도는 능력에 따라 성과를 더 잘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닌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상생지부는 “2025년 OPI(초과이익성과급)에 대해, 25년 4월 이미 PS를 지급하기 위한 자본 운용 계획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자본을 회사가 원하는 대로 운영해 자본 비용의 가감이 가능하며, 이로 OPI 재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삼성그룹 산하 노조는 한목소리로 EVA(경제적 부가가치)로 OPI를 산정하는 성과급 계산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상생지부는 “이 자료들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사업지원TF를 통해서 세부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자료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정현호 부회장은 사업지원TF장에서 직책이 변경됐고, 꼬리 자르기 작업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 형사 고발로 불붙는 인사팀 자료 유출 사태
폭로 다음 날인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인천 연수경찰서에 회사 임원 A씨를 업무방해, 특수건조물침입,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인사팀 공용 폴더 공개 사실을 사측에 알렸으나, 이후 A씨가 보안요원 2명과 함께 노조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업무용 PC 3대를 반출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당시 회사는 노조의 네트워크를 강제로 차단해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자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 삼성 노조, 일제히 규탄
이에 대해 삼성그룹 내 노조는 일제히 규탄 입장문을 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4기 집행부(위원장 대행 우하경)는 10일 공식 입장문을 냈다.
전삼노는 “노조 간부의 출퇴근 기록, 피트니스 이용 횟수, 휴게 시간, 마음 건강에 문제가 있는 인력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문장, 그리고 인사팀과 사업지원TF, 경영진단실이 주고받은 인사지시 메신저 등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회사는 노조 집행부의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보안요원이 노조 사무실에 들어와 PC를 회수하려 했다”면서 “유출된 문건이 아니라, 문건을 발견한 사람을 제압했다”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2024년 고과 현황에 전사 평균 상위 고과 40.4%인데 People센터 47.8%, 경영지원센터 46.5%, 경영진단팀 100%를 줬다”면서 “평가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최고점을 줬다”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신인사제도는 ‘성과 중심’이라 했지만 시작부터 기준은 없었다”면서 “피플팀, 경영지원센터, 경영진단실의 평가 포션을 밝히라”며 3년치 센터별 고과 비율 공개를 요구했다.
전삼노는 “성과금만 깜깜이가 아니었다”면서 “근본인 인사제도 자체가 깜깜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그룹 내 12개 계열사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노조연대, 의장 오상훈) 역시 12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가 “반성과 변화 없는 삼성 인사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중대한 노동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삼성노조연대는 “저성과자ㆍ하위 고과자ㆍ노조 간부ㆍ조합원ㆍ정신건강 상담 이용자 등을 별도 분류ㆍ관리ㆍ통제하고 노조를 감시ㆍ차별하는 체계를 계속 운영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삼성노조연대는 “그럼에도 회사는 문제의 핵심인 ‘광범위한 불법 수집ㆍ관리와 내부 노출’은 외면한 채, 외부 유출 여부만을 강조하며 사태를 축소하고,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상대로 노트북 강제 회수 시도, 노조 사무실 네트워크 차단 등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노조연대는 “유출된 문건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현 사업지원실) 등 그룹 인사 컨트롤타워가 인사 평가, 승격, 저성과자 관리, 핵심 인력 선발, 노조ㆍ노사협의회 관리에까지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면서 “단순한 한 계열사의 실수가 아닌, 삼성그룹 전반의 인사ㆍ노무 시스템이 노동자 감시ㆍ통제와 비용 절감만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으며, 각 계열사 인사권은 독립적으로 행사된다는 회사 측의 기존 설명은 스스로 신뢰를 잃었다”고 질타했다.
덧붙여 삼성그룹노조연대는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그룹 차원의 진상 규명과 대표이사 포함 책임자 문책이다. 삼성노조연대는 유출 문서 작성ㆍ보관ㆍ활용 경위 공개를 요구했다.
둘째, 노조 탄압, 차별 인사 중단 및 재발 방지 약속이다. 삼성노조연대는 ▲노조ㆍ노사협의회ㆍ저성과ㆍ하위 고과자ㆍ정신건강 상담 이용자 등에 대한 각종 블랙리스트 및 감시ㆍ분류 문건 폐기 ▲노조 활동ㆍ건강ㆍ심리 상담 등을 이유로 한 고과ㆍ승격ㆍ배치ㆍ징계 등 불이익 처분 중단 ▲과거 불이익 처분에 대한 원상 회복도 주문했다.
셋째, 전사 차원 인사 정보 보호 기구 설치다. 삼성노조연대는 노사가 함께하는 인사ㆍ개인정보 보호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사 정보 수집ㆍ보관ㆍ열람ㆍ활용 관리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넷째, 내부 고발자 및 피해 노동자 보호와 원상 회복이다. 삼성노조연대는 ▲특정 노동자 및 노조에 대한 보복ㆍ징계를 모두 중단ㆍ철회 ▲피해 노동자 모두에게 민감 정보 유출ㆍ노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 ▲법률 지원ㆍ심리 케어ㆍ신용 보호ㆍ손해배상 등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 등을 강조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