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ㆍ재외국민 투표권 침해…“국민투표법 방치 헌법소원”

- “공직선거법 선거연령 18세, 정당가입 16세인데 국민투표법만 19세” - “재외국민 투표권 침해로 헌법불합치 결정된 국민투표법…국회, 권리 침해 외면” - “2018년 개헌 이뤄지지 않은 데는 절차적 미비함 부정할 수 없어”

2025-11-05     최창영 기자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가 팻말을 들고 있다.

[로리더] 재외국민과 18세 청소년의 투표권 침해로 헌법불합치 상태인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시민개헌넷)는 4일 헌법재판소에 재외국민과 19세 미만 청소년의 국민투표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국회의 입법부작위와 국민투표법 제7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개헌 가로막는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방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대한민국 헌정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YWCA 등 37개 시민사회단체(9월 17일 기준)로 구성된 시민개헌넷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헌 가로막는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방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14년 7월 헌재가 재외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당시 국민투표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결한 후, 2015년 12월 31일부로 해당 법은 효력이 상실됐다.

당시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한 내용은 국민투표법 제14조의 1항으로, 재외국민의 경우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국내거소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안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민투표를 필요로 하는 개헌을 포함한 모든 의제에 대한 선거는 ‘선거인 명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행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장서연 민변 부회장,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 윤복남 민변 회장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의 과정 동안 국내 시민들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도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특히 지난 5월에 있었던 대선에서는 이틀 이상 휴가를 내고 영사관이 있는 곳까지 장거리를 달려 투표를 하러 가던 분이라던지, 비행기표를 끊느라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서 한 표를 행사했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고 재외국민의 정치참여에 대해 소개했다.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비록 개인의 사정으로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이분들 역시 한국의 국민이자 주권자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재외국민들은 국민투표법에 따른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이재명 정부의 제1의 국정과제가 헌법개정이지만, 헌법개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지금으로서는 재외국민들은 투표할 수 없다”면서 “현행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국내거소신고가 된 유권자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거소신고는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 등)가 3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기 위해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자신의 체류 장소를 신고하는 절차”라며 “과거 한국 국적의 일본 영주권자들, 한국 국적의 미국, 캐나다 영주권자들이 헌법재판소에 재외선거를 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고 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2009년부터 재외국민 선거제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이제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에 재외국민선거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주권자임에도 재외국민들은 투표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지난 2018년 개헌운동에도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절차적 미비함이 그중의 한 원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불완전한 상태에 있는 개헌의 절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현 공동사무처장은 “지난겨울 내란종식과 더불어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헌법 개정이 국민투표법의 문제로 인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라며 “어서 빨리 국민투표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헌재가 조속히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윤복남 민변 회장,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청소년 당사자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인으로 나선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는 여태 보장받지 못한 세월의 역사였다”면서 “그러다가 지난 2019년, 극적으로 국회는 18세 참정권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가능 연령은 2020년 개정 공직선거법 시행으로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18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도 공직선거에 투표할 수 있고, 국회의원ㆍ지방의회의원ㆍ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수 있으나 특정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개헌 요건인 국민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태다.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윤수영 활동가는 “아직도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 정당가입 제한, 또 이번 사건의 대상이 되는 국민투표권 연령 제한 등을 비롯한 한계가 적지 않다”면서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투표법의 연령 규정이 만 19세로 설정된 것은 무엇보다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수영 활동가는 “여타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이 주로 18세, 정당가입은 16세로 규정되어 있는 것과 달리 유독 국민투표법은 19세에서 변함이 없다”면서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후속입법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윤수영 활동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는 18세가 되지만, 현행 국민투표법대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함께 이뤄진다면, 저는 지방선거에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민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면서 “법리적 정합성과 일관성도 결여된 이러한 법 규정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영 활동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곧 다가오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며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던 5만여 명의 청소년들, 그리고 윤석열 탄핵광장에서 퇴진과 사회대전환을 당당히 소리높였던 청소년 시민들의 목소리를 헌법재판소와 국회는 기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윤수영 활동가는 “작금의 민주주의는 청소년 시민들이 함께 만든 것. 청소년 참정권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헌법소원을 인용해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참정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수영 활동가는 “더불어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면서 “평등헌법을 비롯한 개헌 요구가 분출하는 지금, 내년 지선에 맞춰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헌재 결정 이전에라도 조속히 보완입법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영 활동가는 “또한, 18세라고 하는 최소한의 연령규정에 머무르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입법에 나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가로막는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방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시민개헌넷 공동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윤복남 민변 회장(시민개헌넷 공동대표), 장서연 민변 부회장(시민개헌넷 공동운영위원장), 윤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청구인),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청구인)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국민투표법 방치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국회는 국민투표법 즉각 개정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