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버스기사 비선호 배차도 ‘직장 내 괴롭힘’…버스회사 위자료 판결

대한법률구조공단, 버스기사 대리해 회사 상대로 위자료 800만원 승소 판결 받아내

2025-10-07     신종철 기자

[로리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버스기사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가해자뿐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도 공동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을 인정받았다.

버스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시내버스 운송업체인 B회사에 고용돼 버스 기사로 근무했다.

B회사 버스 기사들은 5회 운행인 오후 근무보다 4회 운행인 오전 근무를 선호하고, 운전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신차의 배차를 희망했다.

그런데 버스의 배차 업무를 담당하는 배차과장 C씨는 2022년부터 2023년 9월까지 A씨에게 453회 버스를 배차했는데, 근무시각은 오전 200회, 오후 253회였다. 차종은 324회가 노후 차량이었다.

이에 A씨는 배차과장에게 항의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결국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노동청은 버스회사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시정지시를 내렸으며, 배차과장은 퇴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사와의 갈등이 심화된 A씨는 결국 해고되었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업주인 버스회사 B법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씨를 대리해 배차과장과 회사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노동청의 개선 지도가 있었던 만큼, 이는 명백히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을 주장했다. 이에 배차과장은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아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배차과장의 개인적인 괴롭힘이었고, 노동청의 개선지도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한 노후 차량 배정은 기사들의 선호가 엇갈린다는 점을 들어 괴롭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률구조공단은 노동청 개선지도 후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과 보고 의무를 이행했음을 지적하며 “괴롭힘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배차과장에 관리ㆍ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용자 책임을 강조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권기백 부장판사는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와 배차과장이 공동으로 버스기사 A씨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권기백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배차행위는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즉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사용자로서 배차과장이 사무집행에 관해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버스기사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오동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가해자보다 축소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사업주의 책임을 가해자와 동등하게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과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소송지원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근로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률구조서비스 제공을 통한 법률복지 증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