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쓴소리 오상훈 “삼성 문제는 수직 계열화…성과급 SK처럼”

- “삼성은 계열사가 계열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 - “EVA 기준 성과급 변화 없는 것은 이재용 책임” - “삼성그룹의 불투명ㆍ불공정 성과급…SK는 공정하게 변했는데 왜 삼성은 아직?” - “삼성을 성장으로 이끈 20세기의 수직 계열화 폐해 누적돼 폭발 직전” - “왜 삼성카드와 웰스토리는 해외로 진출 못하고 계열사에만 얽혀 있는가?”

2025-10-01     최창영 기자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로리더]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이 삼성의 문제를 수직 계열화 통제 문화 때문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이재용 회장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성과급은 SK하이닉스처럼 해야 한닫고 했다. 

오상훈 의장은 “글로벌 ITㆍAI 회사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고 있는데, 삼성은 수직 계열화의 폐해가 누적돼 폭발 직전”이라며 “수없이 성과급 제도 개편을 얘기했음에도 아직도 변화가 없는 것은 이재용 회장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사업지원TF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그룹 내 13개 계열사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노조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

삼성노조연대는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일방적으로 회사가 지급 기준을 정하고, 영업이익이 아무리 늘어나도 직원들이 받을 몫은 예측 불가하며 불투명하다”면서 “삼성은 여전히 EVA라는 불투명한 산식에 직원들의 삶을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 성과급 제도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 비용을 빼고 남은 순수한 이익’을 의미한다. 자본 비용에는 시설투자액, 자본조달 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산출 공식이 복잡해 일반 직원들이 어떻게 성과급이 계산됐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EVA 제도를 유지하던 SK하이닉스 노사는 단체교섭을 통해 최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직관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올해는 성과급 상한선까지 폐지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노조연대 오상훈 의장은 “삼성그룹의 불투명ㆍ불공정하고 일방적인 성과급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교섭과 소통을 통해 결정하자고 촉구하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이제 삼성이 변해야 할 때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오상훈 의장은 “삼성그룹의 인사ㆍ평가제도는 삼성전자부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모든 계열사의 인사평가 제도가 거의 동일하다”면서 “그룹 내 급여와 임금 체계도 거의 비슷한데, 그 이유는 과거 20세기에 삼성을 성장으로 이끌었던 방식인 수직 계열화를 통한 관리 통제의 문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오상훈 의장은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해 뒤처지고 있고, 심지어는 SK하이닉스에도 HBM 메모리 개발이 늦었고, 직원들 성과급 제도 개선도 뒤처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ITㆍAI 회사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고 있는데, 삼성은 수직 계열화의 폐해가 누적돼 폭발 직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상훈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에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이 웰스토리 부당 지원 문제로,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은 신사업 국제 경쟁력 약화 문제로 증인으로 채택됐다”면서 “또, 삼성카드 판매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직원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직원 및 설계사들에게 많은 고통을 줬고, 10월 1일부터 개선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그룹노조연대 오상훈 의장은 “삼성은 계열사가 계열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카드를 먹여 살리고, 삼성전자는 삼성웰스토리를 먹여 살리는 등, 이런 수직 계열화를 통해 각 계열사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오상훈 의장은 “왜 삼성카드는 비자카드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럼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지 못하고, 삼성웰스토리는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계열사에만 얽혀 있느냐”고 꼬집으면서 “이는 여태까지 삼성 계열사들이 너무 편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

삼성노조연대 오상훈 의장은 “(삼성그룹 계열사는) 지금 가진 것만 지키면 됐고, 내가 있는 기간만 끝나면 책임을 안 져도 됐기 때문”이라며 “이런 수직 계열화 구조를 바꿔, 수평적이고 자율적ㆍ창의적인 삼성 각 계열사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삼성그룹의 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오상훈 의장은 “성과급 제도는 왜 그대로냐”면서 “SK는 벌써 투명하고 공정하게 변했고, 상한제도 없애 직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왜 삼성 직원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와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오상훈 의장은 “수없이 성과급 제도 개편을 얘기했음에도 아직도 변화가 없는 것은 이재용 회장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사업지원TF의 책임”이라면서 “개인의 안위가 아니라 국가와 삼성, 그리고 30만 직원들을 위해 오너와 사업지원TF가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 최재영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개선하기를 촉구한다. 현재의 불투명한 EVA방식이 아닌, 누구나 알 수 있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 마련 방식으로 개선하고,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둘째, 인격 모욕적인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을 중단하라. 하나의 방향을 위해 땀흘리는 동일한 성과에는 동일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모회사와 자회사를 갈라치기하며 인격을 모욕하는 성과급 차별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상한 한도를 폐지하라. 개인별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폐지하고, 고성과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라.

한편, 현장에는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권재현 삼성SDI울산노동조합 사무국장, 이학섭ㆍ이미정 삼성생명노동조합 위원장, 박재형 삼성생명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오상훈 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 최원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위원장, 박지훈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노동조합 위원장, 최재영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위원장, 문원수 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 사무국장, 김봉준 삼성이엔에이노동조합엔유 위원장, 박용락 금속노련(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삼성은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 개선하라!”
“노동자의 땀은 투명하다. 성과급 기준도 투명하게 개선하라!”
“불투명한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으로 개선하라!”
“투명한 기준, 공정한 보상 지금 당장 실현하라!”
“자회사 차별 철폐, 동일한 성과 동일한 보상 보장하라!”
“불투명ㆍ불공정ㆍ불합리한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라!”
“삼성의 최고 책임자 이재용 회장은 즉각 결단하라!”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에는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위원장 최원석) ▲삼성생명노동조합(공동위원장 이학섭ㆍ이미정) ▲삼성생명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재형)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최재영) ▲삼성이엔에이노동조합엔유(위원장 김봉준)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위원장 이진헌) ▲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위원장 신웅교)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위원장 권상욱) ▲전국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황성의) ▲삼성에스디아이울산노동조합(위원장 권재현)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노동조합(위원장 박지훈) 등 12개 노조에 이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 한기박)이 다시 참여하면서 총 13개 노조의 연대체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