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사정, 임금 1% 인상안 모욕적” 노사 협상 진행

- 홍인표 KB손해사정지부장 “사측, 지주사 앞 대의원대회 너무하다 토로…1% 인상이 더 너무해” - “누적식 성과연봉제, 노동자 스스로 업무의 강도를 높이게 되고, 회사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쉬워질 것”

2025-09-26     최창영 기자

[로리더] KB손해사정 노사가 임금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KB손해사정)는 노동조합이 반대한 ‘누적식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했지만, ‘임금 1% 인상안’ 등을 두고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 KB금융지주 본사 앞 대의원 결의대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사정지부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대의원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KB손해사정과 KB금융그룹에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KB손해사정은 KB손해보험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KB손해사정지부(KB손해사정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섭 최종 시한이었던 9월 12일까지 회사는 임금ㆍ성과급 안을 제시하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노조가 대의원 결의대회를 예고하자 전날인 9월 24일, 교섭의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누적식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조경봉 KB노동조합협의회 공동의장

그러나 조경봉 KB노동조합협의회 공동의장은 “회사는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철회했으니 재정 부담이 돼서 임금 1% 인상한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처음에)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임금을 더 많이 받아 가는 직원이 더 많을 것이라고 호도했을 텐데, 그러면 재원이 없어서 임금을 1%밖에 못 올린다는 얘기는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홍인표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장은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철회했으면, 거기에 노조가 투쟁을 멈출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이 투쟁만 멈추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홍인표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장

특히 홍인표 지부장은 “사측은 임금 인상률 1%를 제시했다. 이는 우리를 향한 모욕, 무시이며 폭력”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들도 ‘회사가 진짜 1%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 맞냐’고 깜짝 놀라며 물었고,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인표 지부장은 “사측은 KB금융지주사 앞에서 대의원대회를 여는 것이 너무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임금 인상률 1%를 제시한 회사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도 “회사는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철회했으니 투쟁을 멈추라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못 한 임금ㆍ성과급 인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상인데,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동진 본부장은 “KB금융지주를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사 산하 손해보험사들은 그 자회사인 손해사정사에 똑같은 성과를 배분하는데, 유독 KB금융지주에서만 차등을 둔다”면서 “KB금융지주는 합당한 임금과 성과급 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 KB금융지주 본사 앞 대의원 결의대회

조경봉 KB노동조합협의회 공동의장도 “KB손해사정 사장이 아니라, 모회사(KB손해보험)나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며 “노조법 2ㆍ3조가 개정됐으니 사용자성을 요구하고, 관철해서 추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반대하는 ‘누적식 성과연봉제’는 고과 평가 등급이 내년도 연봉 협상에 반영돼, 저성과자는 임금이 동결되거나 하락하고 고성과자의 임금은 오르는 구조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그러나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러한 구조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기철 수석부위원장은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게 되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부터 낮은 등급을 받게 되고, 3~4년이 지나면 실제로 연봉이 줄어든다”면서 “그런데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되는데, 퇴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 가려면 일찍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기철 수석부위원장은 “누적식 성과연봉제는 모기업에서도 못한 것을 자회사에서 실현하겠다고 가져온 것 자체가 차별적”이라며 “이를 KB손해보험지부에서 모든 것을 걸고 막아냈는데, KB손해사정에서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홍인표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장

홍인표 지부장은 “누적식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되면, 처음에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에 차등을 두다가 이제는 성과급에도 차등을 두기 시작한다”면서 “성과급에도 차등을 둬버리면 저성과자와 고성과자의 총 임금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데, 그러면 노동자들이 고성과를 위해 스스로 업무의 강도를 높이게 되고, 회사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홍인표 지부장은 “노조 입장에서도 회사가 고성과자에게 추가 재원으로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상관이 없다”면서 “그런데 낮은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관리자의 주관에 따라 마음에 안 들면 고과를 깎는 형태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 KB금융지주 본사 앞 대의원 결의대회

한편, 이날 대의원 결의대회에는 9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다음과 같은 요구를 결의했다.

대의원들은 “투쟁으로 쟁취한 ‘누적식 성과연봉제’ 철회 성과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땀과 헌신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전향적인 임금ㆍ성과급 안 제시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95.4%의 압도적 지지로 확인된 조합원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교섭의 진전을 가로막아 온 회사의 태도를 분쇄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 교섭에 임할 것을 쟁취할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무금융노조 KB손해사정지부, KB금융지주 본사 앞 대의원 결의대회

또, 대의원들은 “KB금융그룹이 더 이상 자회사 노동자들의 갈등을 외면하지 말고, 그룹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만약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또다시 외면된다면, 오늘의 결의는 더 큰 투쟁의 불씨로 돌아올 것”이라고 총파업을 경고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