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ㆍ참여연대 “배임죄 폐지, 재벌 총수일가 숙원…경영진 면죄부”
- 참여연대 “배임죄 폐지는 회사를 마음대로 좌우하려는 재벌 총수일가의 숙원일 뿐,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다” 경실련 “배임죄 폐지는 재벌 총수와 대기업 경영진에게 면죄부 주는 것이며, 이는 소액주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로리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배임제’ 폐지 움직임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대 시민단체인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먼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배임죄 등 경제형벌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 참석해 더욱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 (외국 기업인에게는) 상상도 못 한 일”이라며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이러면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밝혔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배임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월 23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배임죄 폐지는 민생경제 회복과 기업 활동 정상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배임죄 폐지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분석에 따르면 배임횡령죄 무죄율은 평균 6.7%로, 전체 형사범죄 무죄율 3.2%의 두 배”라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수없이 법정에 서야 했던 현실은 무시한 채 대통령 흠집내기만 외친다”고 배임죄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허영 부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민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형사ㆍ민사의 이중처벌 부작용을 바로잡고, 경제형벌을 합리화해서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회사를 마음대로 좌우하고자 하는 재벌 총수일가의 숙원일 뿐,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다” - 참여연대
“배임죄 폐지는 곧 재벌 총수와 대기업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이는 소액주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경실련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왜 형법 배임죄 폐지에 반대하는 지 살펴봤다.
◆ 경실련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 논의 즉각 중단하라”
-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취지도 무력화 우려
- 제대로 된 징벌배상 및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없는 배임죄 폐지 논의 안 돼
경실련은 “김병기 원내대표의 배임죄 폐지 제안은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언급한, 배임죄를 포함하는 경제형벌 재검토 지시에 이어지는 행보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여 주가지수 5000에 도달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지향에 오히려 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추진되고 있는 배임죄 폐지 논의는 정말 어렵게 진행된 상법상 이사충실의무 강화의 취지도 몰각시키고, 자본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 논의는 한국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고,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상법 개정을 통해 어렵게 도입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제도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은 시대의 요구와 정반대로 가는 퇴행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한국 재벌과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현실을 고려할 때, 배임죄는 기업 경영자들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핵심 장치이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실련은 “민주당은 ‘경영 위축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부당합병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중대한 사건들에서 배임죄가 공정한 책임 추궁의 최소한의 수단이 돼 왔다”며 “배임죄 폐지는 곧 재벌 총수와 대기업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이는 소액주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해외 입법례에도 배임죄가 많이 존재하고, 꼭 배임죄가 없더라고 다른 사기죄 등에 조문에 의율하여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특히 미국의 경우 민사상 징벌배상제도와 디스커버리제도가 존재한다. 소유경영자든 전문경영자든 고의나 중과실의 불법행위로 회사나 주주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없어질 정도의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그러한 배경 하의 배임죄 폐지 논의가 아닌, 제대로 된 징벌배상 및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없는 현재 우리나라의 배임죄 폐지 논의는 주주의 권리와 자본시장 투명성을 훼손하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여당인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 논의는 즉각 중단하고, 더 시급하고 중요한, 민사상 징벌배상 및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과 추가적인 재벌ㆍ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참여연대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다”
- 형법상 배임죄는 총수일가 사익추구 억지에 실효성 있어
- 민사 제도 강화 없이 배임죄부터 폐지하면 최대 수혜자는 지배주주
- 지배주주 전횡 방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 취지에 모순돼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상법상 배임죄뿐만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까지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에 가까운 전자와 달리, 후자는 실무상으로 계속 적용되면서 총수일가와 지배주주의 전횡을 억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폐지하면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참여연대는 “배임죄를 없애는 대신 민사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면,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사 제도부터 강화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하면서, 연내 배임죄 전면 폐지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상황에서 배임죄부터 없앤다면 지배주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며 “지배주주가 사익을 위해 기업에 손해를 입혀도 기업은 민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기업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근거자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정부 여당은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와 독단적 의사결정을 용인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3%룰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연이은 상법 개정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와 반대되며,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경제권력을 가진 총수일가들이 법의 감시망을 피해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계속돼 왔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불신도 만연하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회사를 마음대로 좌우하고자 하는 재벌 총수일가의 숙원일 뿐,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정부 여당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임을 기억하고 배임죄 폐지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